볼륨 커지는 유튜브...국내 디지털음원도 장악

볼륨 커지는 유튜브...국내 디지털음원도 장악

유튜브가 국내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 1위 사업자 멜론 등 토종업체는 맞대결할 뾰족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내 음원산업 육성을 위한 국회와 정부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유튜브를 이용해 음악을 소비하는 이용자가 늘면서 그 여파가 음원 시장 잠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 음원 서비스 핵심 포인트 중 하나인 '음원 차트' 이용자를 고스란히 유튜브에 내주고 있지만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 멜론 경쟁 서비스 지니뮤직, 벅스도 처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실제 유튜브를 음악 감상 용도로 활용하는 이용자는 날로 늘어나는 상황이다. 인터넷기업협회가 지난해 발간한 '모바일 서비스 이용행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 음악 감상 시 주로 이용하는 앱은 유튜브가 43%로 멜론 28.1%, 지니 7.7%를 압도했다.

현재 유튜브에는 국내 음원 서비스 실시간 차트를 그대로 녹화한 영상이 매일 업로드된다. '멜론차트 9월 22일자 톱 100' 제목이 표시된 영상을 재생하면 멜론 차트 음원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는 것과 같다. 영상 하나가 하루 수십만 조회 수를 기록한다. 유료 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을 쓰면 광고 제거 및 음원 백그라운드 재생도 가능하다.

스트리밍 서비스 실시간 차트는 음원 시장에서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100위권 내 '차트 인' 만으로도 유의미한 성과를 올렸다고 평가 받는다. 아티스트 수입과 영향력을 담보한다. 차트에 들기 위한 음원 사재기와 차트 조작 문제가 수년째 반복될 정도로 입지가 굳건하다. 관성적으로 100곡 차트를 소비하는 이용자가 많다. 모바일 음원 이용 유형 중 실시간 차트 비율은 약 43.6%으로 집계된다.

국내 음원업체는 대응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멜론 입장에서는 눈 뜨고 유튜브에 이용자를 빼앗기는 상황이지만 사실상 대응 방안이 없다. 저작권 침해 문제를 지적하긴 어렵다. 멜론은 음원 유통 플랫폼이지 저작권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 재생된 음원 광고수익은 콘텐츠 ID 시스템을 통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에 배분된다. 이를 다시 음저협이 원 저작권자에게 나눠주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음저협은 유튜브에서 유통되는 음원을 문제 삼은 적이 없다.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유튜버 커버 영상으로 추가로 발생하는 수익이 적지 않다.

멜론 차트 플레이리스트는 단순 음원 재생 순서를 기록한 정보이므로 음원 사이트가 재산권을 주장하기 쉽지 않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관계자는 “유튜버가 멜론 차트를 인용하더라도 데이터베이스 재산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며 “차트는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라 데이터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주식시장 시세 정보와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콘텐츠협회가 집계하는 가온차트도 미디어 및 방송에 무료로 제공하고, 비영리 목적 인용은 자유롭게 허용하는 약관을 두고 있다. 유튜브 및 업로더가 멜론 차트를 영리 목적에 사용했다고 보기도 모호하다. 유튜브 업로더들은 본인이 영상 재생으로 얻는 수익은 없다고 게시글에 명시해 놓고 있다.

멜론 운영사 카카오 관계자는 “단순 플레이리스트 목록 인용으로는 침해 의견 내기가 힘들다. 명백하게 '멜론' 상표권 침해로 보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유튜브 측에 이의제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상표권 침해 이의제기도 유튜브 측에 받아들여지긴 사실상 쉽지 않다. 멜론은 상표명인 동시에 보통 명사이기 때문에 단어 사용을 광범위하게 제지할 수 없다. 멜론을 연상시키는 다른 단어로 교체하면 쉽게 우회가 가능한 측면도 있다. 영상에 사용된 음원이 멜론 플랫폼에서 수급됐는지 여부도 파악이 불가능하다.

볼륨 커지는 유튜브...국내 디지털음원도 장악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