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게임현장을 가다]<5>지역 연고제 도입해 홈팬 열광...e스포츠에 美치다

오버워치 리그 LA발리언트 홈스탠드 경기를 찾은 관중
오버워치 리그 LA발리언트 홈스탠드 경기를 찾은 관중

세계에서 e스포츠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곳은 미국과 중국이다. 이 가운데 미국은 스포츠를 좋아하는 문화와 e스포츠 산업이 만나 스포츠 비즈니스 영역을 구축했다. 전통 프로 스포츠의 상업성과 아마추어 스포츠의 성취, 도전, 수양성이 동시에 사회에 뿌리를 내렸다.

산업이 문화에 가장 잘 융합된 모습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오버워치 리그 '홈스탠드' 제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각 팀이 돌아가며 홈경기장에 다른 팀을 초청해 여러 차례 경기를 진행하는 제도다. 내셔널 풋볼 리그(NFL), 유럽 축구 연맹(UEFA) 같은 전통적 스포츠처럼 각 팀이 홈 연고지에 경기장을 마련해 경기를 치른다.

홈스탠드는 프로 스포츠 로열티 중심에 있는 연고의식을 자극한다. 좀 더 열광적 반응을 유도한다. 장기간 걸친 팬층을 보유하는 토대가 된다. 리그 장기 존속에 핵심 역할을 한다.

홈 팀은 홈 팬 경기관람과 응원에 최적화한 일정으로 매주 주말 시합을 배정한다. 게임판 '선데이 나잇 풋볼'인 셈이다.

피트 블라스텔리카 액티비전블리자드 e스포츠 사장은 “지역 연고제 핵심은 자부심”이라며 “자부심이 기반이 돼야 리그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고 지역회사가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e스포츠는 지금까지 어떤 스포츠와도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길을 걷고 있지만 전통 스포츠와 맥락을 같이하는 게 있다면 도시가 팀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버워치 리그 참가팀 LA 발리언트는 리그 마지막 주 경기를 홈스탠드로 치뤘다. 오버워치 리그는 2개 콘퍼런스 산하 4개 디비전으로 구성된다. 태평양 콘퍼런스 서부지구에 속한 LA발리언트는 댈러스 퓨얼, LA글레디에이터즈, 샌프란시스코 쇼크, 밴쿠버 타이탄즈와 동부디비전 항저우 스파크, 항저우 차지, 상하이 드래곤즈 그리고 대서양 콘퍼런스 북부디비전 뉴욕 엑셀시어 남부디비전 필라델피아 퓨전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LA 발리언트 홈 경기장은 LA레이커스와 LA킹스 홈경기장 스테이플센터 인근 LA노보에 위치한다. 프리시즌에 돌입한 LA램즈 유니폼과 경기장 관람 온 레이커스 유니폼과 킹스 유니폼 그리고 발리언트의 녹색과 노란색이 배합된 유니폼이 LA중심가에 넘실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오버워치 e스포츠 스토어(좌)와 NFL LA램즈 팀 스토어. 구성이 비슷하다
오버워치 e스포츠 스토어(좌)와 NFL LA램즈 팀 스토어. 구성이 비슷하다

오버워치 리그는 관람 경험 향상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게임을 직접 하지 않아도 즐겁게 볼 수 있도록 게임 내외에 다양한 즐길 거리를 마련한다. 경기장에는 관람시설과 방송시설이 마련됐다. 팬 샵과 미니바도 입주했다. 경기 전 분위기는 영락없는 프로 스포츠였다. 경기를 앞두고 각 응원팀의 흥분이 공간으로 퍼져나가 모두를 전염시켰다. 홈팀 유니폼과 원정 유니폼 그리고 코스프레어가 곳곳에서 보였다.

오버워치 리그는 현재 디즈니 산하 ABC, ESPN과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 전역으로 중계된다. 디즈니가 먼저 블리자드에 다가왔다. 10대를 잡을 수 있는 킬러콘텐츠로 e스포츠를 선정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었다.

블라스텔리카 e스포츠 사장은 “리그 대중화를 위해서는 방송이 가장 중요하다”며 “전문가가 아니어도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속적 노출”이라고 설명했다.

NFL이 미국 내 인기가 예전 같지 않자 블랙아웃룰이 있음에도 NFL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영국, 멕시코, 일본에서 경기를 진행하는 것과 같은 궤다. 방송을 통해 대중에 끊임없이 노출하며 재미있고 흥미로운 경험을 전달한다. 이를 위해 블리자드는 옵저빙 모드를 고도화하고 흥미를 자극할만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방송에 최적화된 각종 요소를 발굴하고 있다.

북미 e스포츠 전망은 밝다. 발달된 스포츠, 미디어 자금이 e스포츠로 흘러들어 간다. 트위치를 비롯한 스트리밍 플랫폼은 물론 ESPN과 같은 전통미디어도 중계시장에 진입했다. 중계권을 따기 위한 경쟁은 메이저 스포츠에 뒤지지 않는다. 2019년 북미 e스포츠 중계권료 수익은 1조원을 상회한다. 2018러시아 월드컵 중계권을 가져오기 위해 국내 방송 3사가 지불한 금액은 1200억원 수준이다.

인접산업과 협력으로 산업 자체 파이도 커지고 있다. NBA-나이키, NFL-리델 관계처럼 블리자드는 인텔, HP, 코카콜라, 버드라이트 등과 함께한다. e스포츠 관람과 게임을 즐길 때 필요한 물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스포츠 재벌 역시 e스포츠 구단에 투자하고 있다.

[해외 게임현장을 가다]<5>지역 연고제 도입해 홈팬 열광...e스포츠에 美치다

블라스텔리카 e스포츠 사장은 “NBA와 나이키의 동반성장을 벤치마킹할 것”이라며 “리그만 성장하는 게 아니라 방송국과 스폰서가 함께 커서 산업전체 파이가 커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적 부상과 함께 e스포츠는 게임에 대한 부정 선입견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e스포츠를 즐기는 과정에서 목표설정, 의사소통, 갈등관리 등을 배운다. 무엇보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육체적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질지라도 성취감과 같은 인생에서 필요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 즐기는 계층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블라스텔리카 e스포츠 사장은 “풋볼 평균 시청연령은 10년 전 40세에서 50세로 늘었다. 새로운 팬이 유입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라며 “현재 10대는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세대라 디지털 마케팅을 통해 e스포츠는 더 큰 성장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스앤젤레스(미국)=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