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황교안 '민부론'이 떠야 하는 이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지난 22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의 새 경제정책 '민부론(民富論)'을 발표했다. 황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고대회에 하늘색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고 나타나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슬로건을 배경으로 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지적했다.

얼마 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대하며 삭발한 데다 캐주얼복 차림으로 무선헤드셋을 끼고 발표한 모습 때문에 스티브 잡스의 애플 신제품 공개행사를 연상시킨다는 호평(?)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정작 눈에 띄어야 할 것은 황 대표의 옷차림이 아니라 지난 2월 당 대표 취임 후 처음 내놓은 경제 정책일 것이다.

민부론은 한국당이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위해 내놓은 것으로, △국부(國富) 경제에서 민부(民富) 경제로의 대전환 △국가 주도 경쟁력에서 민(民) 주도 경쟁력으로의 전환 △노동이 우울한 시대에서 노동이 신나는 시대로의 자유로운 노동 시장 구축 △나라가 지원하는 복지에서 민(民)이 여는 복지로의 지속 가능한 복지 구현 등을 담았다. 목표는 2030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 가구당 연간 소득 1억원, 중산층 비율 70% 달성이다.

민부론은 이른바 '소주성'(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공정경제로 구성된 문재인 정부 3대 핵심 경제 정책에 맞서기 위한 것이다. 황 대표는 민부론을 발표하며 현 정부 정책이 기업 성장을 가로막고 고용절벽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지금 당장 문 정부의 경제 정책과 한국당의 민부론 둘 간 우열을 가리긴 어렵다. 각자 진영에서 내로라하는 경제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정책이기에 끝장토론을 해도 답을 내리긴 쉽지 않을 듯하다.

중요한 것은 황 대표의 민부론이 정쟁에 휩싸인 정치권의 시선을 정책으로 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는가다. 2016년 5월 출범한 20대 국회는 유독 제 일을 하지 않은 회기로 평가받고 있다. 대통령 탄핵, 조기 대통령 선거의 후폭풍을 거치며 4년 회기 가운데 전반기는 훌쩍 지나갔다. 올해는 일을 하는가 싶었지만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싼 초유의 여야간 몸싸움 속에 '동물국회' 별명을 얻더니 최근에는 '조국 사태'로 인한 장외투쟁으로 제 일을 못했다.

일련의 사태 모두 국회의 정책 경쟁이 실종된 탓이다. 여야가 정책으로 맞붙지 않다 보니 다른 곳에서 다툴 거리를 찾는다. 조 장관을 둘러싼 의혹을 덮으라는 것이 아니다. 국회가 할 일은 하면서 남은 20대 회기를 보내야 한다는 말이다.

국정감사가 코앞이고 데이터 3법을 비롯해 혁신 성장에 필요한 법안 상당수가 국회에 계류돼 있다. 우리 경제를 살리는 일에 국회가 마땅히 힘을 보태야 한다.

그렇기에 '황교안표 경제 정책'으로 불리는 민부론이 흥행에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한국당이 민부론을 발판 삼아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길 바라서가 아니다.

민부론에 쏠린 관심에 자극받은 더불어민주당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경제 정책으로 맞불을 놓고, 또다시 한국당이 정책 의견을 발표하는 '정책 경쟁' 국면이 펼쳐지길 원한다. 두 거대 정당의 경제 정책 경쟁은 다른 중·소 정당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치권이 정책 경쟁을 펼쳐야 국민 또한 각 정당의 기조를 살펴보며 내년 총선 투표함에 넣을 소중한 한 표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데스크라인]황교안 '민부론'이 떠야 하는 이유

이호준 정치정책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