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앱티브와 4조원대 자율주행 합작사 설립...레벨 4·5 정조준

현대자동차그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미래 자율주행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미국 앱티브와 지분 50대50을 투자하는 조인트벤처(JV)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총 40억달러(약 4조7740억원)를 출자한다. 현대차그룹이 미래차 분야에 투입한 역대 최대 규모다. 글로벌 완성차업계에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한 '합종연횡'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완성차 업체와 유력한 자율주행 기업이 JV를 설립, 세계 최고의 자율주행 기술력 확보를 노린다.

JV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운전자의 개입 없이 운행되는 레벨 4, 5(미국 SAE 기준) 수준의 자율주행차 기술을 최단기간에 확보한다는 목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이번 협력은 인류의 삶과 경험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자율주행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함께 전진해 나가는 중대한 여정이 될 것”이라면서 “자율주행 분야의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앱티브와 현대차그룹의 역량이 결합된다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7년 CES 당시 라스베이거스에서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아이오닉 자율주행에 탑승, 성능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지난 2017년 CES 당시 라스베이거스에서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아이오닉 자율주행에 탑승, 성능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이번 계약으로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총 40억달러 가치의 합작법인 지분 50%를 동일하게 갖게 된다.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는 현금 16억달러(1조9100억원) 및 자동차 엔지니어링 서비스, 연구개발(R&D) 역량, 지식재산권 공유 등 4억달러(4800억원) 가치를 포함해 총 20억달러(2조3900억원) 규모를 출자한다. 앱티브는 자율주행 기술과 지식재산권, 700여명에 이르는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인력 등을 JV에 출자한다. 합작법인은 이사회 구성 등 양측 공동경영 체계를 갖춘다.

JV는 현대차그룹의 완성차 양산 기반과 앱티브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JV를 통해 양측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협업 체계를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자율주행 R&D는 물론 글로벌 우수 인재 확보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내연기관차를 비롯해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합작법인에 공급, 원활한 자율주행 연구 및 도로 주행 테스트를 지원한다. 앱티브가 진행하던 로보택시 시범 사업에도 현대·기아차 차량 투입이 유력하다.

앱티브 자율주행사업부가 운영하던 기존 연구 거점들은 신설 합작법인에 그대로 존치되며, 추가로 국내에도 연구 거점을 새로 설립하기로 했다.

합작사 본사는 미국 보스턴에 위치하게 된다. 추후 설립 인허가, 관계 당국 승인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중에 최종 설립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투자 외에도 보유하고 있는 자율주행 관련 특허 제공, 차량 개조, 인력 지원 등 전폭적인 협력과 지원을 통해 기술 교류 효과도 기대된다.

23일 현대차그룹과 미국 앱티브 자율주행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23일 현대차그룹과 미국 앱티브 자율주행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앱티브는 지난 2017년 델파이에서 분할한 업체로 자율주행 SW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선두권 업체로 꼽힌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글로벌 자동차 업체로부터 지분 투자 등 협업 구도를 적극 갖추지 않은 것이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최상의 파트너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앱티브는 차량용 전장부품 및 자율주행 전문 기업이다. 인지시스템, SW 알고리즘, 컴퓨팅 플랫폼, 데이터 및 배전 등 업계 최고의 모빌리티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오토모티브 뉴스가 발표한 2018년 글로벌 자동차 부품 공급사 순위에서 20위를 기록했다. 차량용 전장 부품만 공급하는 업체 순위로는 세계 최고 선두권 업체로 꼽힌다. 2015년과 2017년 자율주행 유망 스타트업으로 꼽히던 '오토마티카'와 '누토노미' 인수를 통해 자율주행 개발 역량을 단번에 끌어 올린 바 있다.

한편, 델파이는 2017년 전장부품과 자율주행 관련 사업부문을 앱티브로, 기존 파워트레인 사업부문을 델파이 테크놀로지스로 각각 분할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