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치매 국가책임제와 치료기술 강국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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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산책]치매 국가책임제와 치료기술 강국 도약

지난 21일은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알츠하이머협회가 지정한 '치매의 날'이었다. 치매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국제 캠페인이다. 우리나라도 국민의 치매예방과 극복을 위해 이날을 '치매극복의 날'로 정했다. 올해로 벌써 12년째다.

세계에서 3초마다 1명의 새로운 치매 환자가 발생할 정도로 치매 환자는 급증하고 있다. 수백만명의 치매 환자, 그리고 그들 가족까지 고통받고 있다.

치매 치료와 관리 대책은 초고령화 사회의 핵심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고령 인구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대한민국 총 인구의 14%를 넘어서면서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현재 추세에 비춰 볼 때 2026년에는 우리 사회의 고령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2017년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계획'을 발표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치매 조기 진단과 예방, 사례별 관리, 의료 지원까지 포함한 치매 국가책임제를 통해 정부는 치매 지원 종합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워 이를 꾸준히 실행했다. 특히 치매 진단 및 돌봄 지원 강화는 치매 환자와 가족의 경제 부담을 대폭 완화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줬다.

그러나 치매라는 질병을 극복하기 위한 치료 기술에 대한 체계 지원이나 대책 마련 부분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사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가 국가 차원에서 치매 해결을 위한 근본 방법을 모색하고 있고, 이를 위해 치매치료제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개발된 치매 환자를 위한 치료 약물은 손에 꼽을 정도다. 모두 근본 치료가 아니라 일시성 증상 완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치매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대표 이유는 질병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치매 연구 자체가 어렵고 임상연구에 들어가는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높은 리스크와 고비용 문제를 국내 상위 제약회사조차 감당하기 어려워 치매 치료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현실이다.

최근 국가 지원 아래 정부출연연구기관 중심의 사회 문제 해결형 융합연구 사업이 발족했다. KIST 치매DTC융합연구사업단에서는 치매 조기 진단에서부터, 치매 치료 기술 개발, 라이프 케어에 이르기까지 통합 솔루션 연구를 진행되고 있다. 또 치매 극복을 위한 기타 대형 연구 사업에서도 원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치매 치료 후보 기술에 대한 뛰어난 연구 결과를 연이어 발표했다. 우수한 기술 가운데 기술 이전이나 창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원천 기술 상용화를 위한 고비용의 임상 연구로까지 연계되는 것은 쉽지 않아 안타까운 상황이다.

최근 많은 사람의 기대 속에서 개발되고 있던 글로벌 제약회사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 임상 시험 중단 사례는 치매치료제 개발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 준다. 바이오젠이 지난 3년 동안 치매치료제 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투자한 금액은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 이른다. '아두카누맙'은 임상 3상 단계를 넘지 못해 아쉬움을 줬다.

2026년 이후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게 될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려하면 치매치료제 개발을 기업과 연구자에게만 맡기고 결과를 학수고대할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치매 치료 연구를 지원할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치매 치료 후보 기술 임상 시험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이나 임상 성공을 위한 체계화한 치매 환자 분류 및 모집과 같은 난제를 국가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해서는 치매 연구 지원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국내에서 연구하고 개발한 치매 치료 기술에 의해 우리 국민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진정한 치매 국가책임제가 시현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박기덕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치매DTC융합연구단 책임연구원 kdpark@kis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