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20%가 부정행위" 앱 성과 측정 정교해져야

문유철 앱스플라이어 한국대표
문유철 앱스플라이어 한국대표

세계 최대 항공권 예약 애플리케이션(앱)을 운영하는 A사는 지난 몇 년 동안 다양한 채널을 통해 마케팅 캠페인을 벌였다. 각 채널을 통해 들어온 유저들의 앱 내 행동 패턴, 구매 내역을 종합 정리했다. 그 결과 유저의 양과 질은 정비례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Z채널을 통해서는 앱 설치가 많이 일어났지만 항공권 조회, 가격 비교, 항공권 구매 등 매출에 도움이 되는 실제 액션을 취한 유저는 적었다.

앱을 설치한 유저가 얼마나 오랜 기간에 걸쳐 앱을 재방문하는지 보여 주는 지표인 잔존율 역시 Z채널보다 적은 수의 신규 유저를 데려온 다른 채널에 비해 오히려 낮았다.

A사 마케팅팀은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효율 낮은 채널을 정리하고 최적화를 진행했다. 그 결과 불과 반년 사이에 앱 재방문율과 구매율을 고려한 유저 충성도는 10배 이상 늘어났다. 투자수익률(ROI)은 120% 증가했다.

실제 사례다. 모바일 앱 업계에서는 종종 목격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분석과 액션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어트리뷰션(Attribution) 덕분이다. 어트리뷰션은 다양한 마케팅 채널에서 집행한 광고 성과를 측정하는 기술이다. 앱을 운영하는 비즈니스는 이를 활용, 다양한 기준으로 마케팅 효율을 측정하고 분석해서 ROI를 극대화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앱에는 어트리뷰션 기술을 탑재한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가 들어 있다. 어트리뷰션은 이미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모바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다.

마케팅을 집행하는 기업 입장에서 어트리뷰션은 유입 경로별로 고객생애가치(LTV)를 분석하고 마케팅 현황을 파악한다. 비즈니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일종의 나침반이다.

특정 모바일 비즈니스 성장을 어트리뷰션 공으로만 돌리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다. 그러나 어트리뷰션이 없다면 비즈니스를 밀도 높게 성장시키기는 어렵다는 것이 분명하다. 미국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말한 것처럼 “무언가를 측정할 수 없다면 개선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어떤 채널을 통해 우리 서비스를 접하고 유입하는지, 이후 앱 안에서 어떤 행동 패턴을 보이는지 알 수 없다면 눈을 가린 채 게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모바일 마케팅 생태계를 해치는 각종 부정 행위를 일컫는 프로드(fraud)를 감지하는 일도 어트리뷰션 역할 가운데 하나다. 모바일 앱 시장 성장과 함께 프로드 역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수법 또한 교묘해지고 있다.

앱스플라이어가 세계 모바일 프로드 현황을 분석한 '2019년 모바일 프로드의 현주소'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세계 앱 설치 가운데 약 22.6%는 프로드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프로드로 인해 낭비된 광고비용만 해도 약 2조7100억원에 이르렀다.

한국 역시 프로드 위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모바일 광고비가 2018년 기준 2조8011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규모가 커진 한국 시장에서도 올 상반기에 발생한 인스톨 5건 가운데 1건은 프로드에 의한 설치였다. 이에 따라서 비즈니스 보호와 모바일 마케팅 효과 극대화를 위해서는 프로드의 진화 양상에 더욱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어트리뷰션 솔루션에 정확한 성과 측정을 넘어서는 더 무거운 책무가 기대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제3자 솔루션에 요구되는 공정성과 중립성을 기반 삼아 강력한 데이터 보안과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책임의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모바일 앱 시장에서도 어트리뷰션을 한층 깊게 이해하고 올바른 어트리뷰션 솔루션을 선택하기 위한 고민, 나아가 프로드와의 타협 없이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문유철 앱스플라이어 한국 대표 hello@appsfly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