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인사동과 코엑스

서울 종로구 인사동은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와 굉장히 이질적인 장소다. 인사동을 우리의 옛것을 많이 간직한 '전통 거리'라고 한다면 코엑스는 현대를 상징하는 '젊음의 광장' 같은 곳이다.

공통점이라면 두 곳 모두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이고, 이곳에서 다양한 전시회를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사동에서는 주로 그림이나 글씨 등 예술 전시회가 많이 열리고 코엑스에서는 산업전시회가 주로 열린다.

최근 이 두 곳에서 보름 사이로 전시회를 연다. 하나는 인사동에서 지난 일주일 동안 지인들과 함께한 서예 전시회이고, 다른 하나는 오는 10일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테크비즈코리아 2019' 전시회다. 전자가 순수 취미 활동이라면 후자는 과학기술계와 산업계를 연결해 주는 비즈니스 행사다.

이 두 전시회는 장소만큼이나 성격이 크게 다르다. 우선 지난 일주일 동안 인사동에 위치한 전시장에서 열린 서예전은 같은 취미를 즐기는 지인들이 틈틈이 준비한 작품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선보인 자리였다.

오해는 마시라. 처음부터 수준은 논하지 않는 순수 아마추어 동호회 전시회다. 작품을 내건 친구들 가운데 상당수가 붓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자다. 다만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을 함께한 선배 몇 명이 찬조 작품을 내준 덕에 그럭저럭 볼 만한 작품이 몇 점 있는 그런 수준이었다. 수준만 놓고 본다면 엄청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했다.

그러나 전시회는 함께 즐기는 파티가 됐다. 온 가족이 꽃다발을 들고 와 응원하는가 하면 친구들이 떼로 몰려와 축하해 주기도 했다. 서툰 작품을 부끄러워 하던 초심자 친구들도 바로 동화됐고, 다음 전시회를 기약하는 자신감도 얻었다. 전시회를 열면 항상 무언가를 얻을 수 있어서 좋다.

오는 10일에는 삼성동 코엑스에서 또 다른 전시회가 열린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테크비즈코리아 2019' 행사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나 특성화 대학에서는 매년 수십 건의 신기술을 개발한다. 그 가운데에는 곧바로 사업화할 수 있는 산업 기술이 적지 않다. 모두 민간 이전이 가능한 기술이다. 출연연 관련법에는 '연구기관 및 연구회는 연구 결과의 확산과 활용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를 촉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기업이 많다. 특히 중소·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은 늘 기술 부족을 느끼면서도 출연연 기술을 이용할 생각을 못하고 있다. 테크비즈코리아는 바로 이런 기업에 출연연 기술을 소개하고 기술 이전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리다.

매년 행사를 준비하면서 어떻게 해야 기술 이전이 더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고, 변화도 꾀했다. 전시회와 세미나 중심으로 구성하던 행사를 지난해부터는 기술 이전 상담회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확 바꾸기도 했다.

인사동 전시회에서 본 '한화만절향(寒花晩節香)'이라는 글귀가 아직 가슴에 남아 있다. 늦가을 서리를 견뎌 내고 꿋꿋하게 피어 나는 국화처럼 출연연의 기술도 끝까지 향기를 잃지 않고 결실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