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콜레라를 억제하는 특정 미생물을 생쥐의 장 속에서 찾고 그 기전을 규명했다. 항상제를 쓰지 않고 장 속 유용한 공생미생물로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을 물리칠 수 있는 감염 전략으로 발전할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연구재단은 윤상선 연세대 교수 연구팀이 생쥐에서 콜레라균에 저항하는 장내 미생물 균주 '박테로이데스 불가투스'를 찾아내고 이 균주에 의한 감염 저항기전을 규명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진은 사람과 달리 콜레라균에 잘 감염되지 않는 정상 생쥐에 클린다마이신이라는 항생제를 처리하면 생쥐가 콜레라균에 취약해지는 것에 주목했다.
클린다마이신은 혐기성 세균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린코사미드계열 항생제로 세균이 단백질을 생성하지 못하도록 유도한다. 클린다마이신에 의해 생쥐의 장에서 박테로이데테스에 속하는 미생물종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미생물 균총의 변화와 콜레라균 감염과의 상관관계를 알아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장내 미생물이 존재하지 않는 무균 생쥐에 박테로이데스 불가투스를 이식하고 콜레라균에 노출시킨 결과 훨씬 더 높은 감염 저항성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박테로이데스 불가투스는 박테로이데테스 그룹에 속하는 미생물 가운데 가장 높은 빈도로 존재하는 공생미생물종이다.
사람보다는 생쥐의 장에 더 높은 빈도로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박테로이데스 불가투스에 의한 감염억제 기전을 규명하기 위해 생쥐의 장 속에 존재하는 미생물에 의한 대사산물을 분석했다. 박테로이데스 불가투스가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생쥐의 장에는 짧은 길이의 지방산이 많았으나, 클린다마이신에 의해 이 미생물 종이 사라지면 콜레라균이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영양소(아미노 당)가 높은 농도로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짧은 길이의 지방산은 콜레라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장내 미생물균총의 변화는 곧 미생물이 만드는 대사체의 변화로 이어지고, 이것이 침입하는 병원성세균을 상대하는 숙주의 감염 저항성을 결정하는 주요 인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 관계자는 “공생미생물을 활용해 항생제에 의존적이지 않은 감염 치료 전략을 수립할 근거를 제시한 것”이라면서 “감염 치료용 프로바이오틱스 개발연구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