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반반, 무 많이'

[기자수첩]'반반, 무 많이'

우리는 항상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유아시절 엄마·아빠 가운데 누가 좋으냐는 당혹스러운 질문에서 시작해 성인이 되면서 버스-지하철, 소주-맥주, 짜장면-짬뽕 등을 놓고 고민한다. 탕수육에 소스를 뿌려 먹느냐 찍어 먹느냐도 논쟁이 된다.

확실한 것은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그저 본인이 끌리는 대로 할 뿐이다. 상황에 따라 버스나 지하철을 탈 수 있다. 짜장면이 당길 때가 있고 짬뽕이 먹고 싶을 때도 있다. 나름대로 해결책도 나왔다. 짜장면과 짬뽕을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짬짜면', 양념치킨과 프라이드치킨을 함께 맛볼 수 있는 '반반치킨' 등이다.

최근 국민이 절반으로 나뉘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여야 의원 가릴 것 없이 국민 분열을 걱정한다. 부모님도 친구들도, 언론사 선·후배들도 모두 걱정이 많다.

분열의 원인이 조국 법무부 장관 탓인지 개혁을 거부하는 '적폐검찰' 때문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걱정하면서도 생각은 다르다. 광화문·서초동 집회를 보며 옳고 그름을 따진다. 상대를 가르치려 한다. 내가 옳고 너는 틀리다고 강변한다.

국회 고위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 세력만 바라보는 여당과 야당이 이 같은 현상을 부추겼다고 진단한다. 핵심 지지층을 굳건히 하는 작업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당은 콘크리트 지지층이라는 충성 세력이 떠나면 무너진다는 공포심이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조 장관 임명은 인사청문회 과정을 거치면서 수많은 의혹과 논란을 낳았다. 검찰이 수사에 나섰고, 이제는 검찰 개혁의 당위성으로까지 나아갔다.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지만 많은 수의 국민이 각각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달려간 것은 사실이다. 어느 영화·드라마보다 파급력이 크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초등학생 조카도 관심을 보인다.

국민은 혼란스럽다. 짬짜면이나 반반치킨 같은 묘책이 나와야 한다. 정치권 몫이다. 진짜 '정치'를 해야 한다. 국민에게 어느 한쪽을 택하라고 부추길 것이 아니라 분열된 여론을 모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나아가 경제라는 '무'도 많이 줘야 한다.

지지 세력 눈치만 바라보는 그런 정치가 아닌 '국민통합'! 그게 정치가 할 일이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