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신국 설비 '안전불감증' 버려라

[사설]통신국 설비 '안전불감증' 버려라

지난해 11월 24일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로 KT 인터넷, 휴대폰 등을 이용할 수 없는 등 통신 대란이 발생했다. 서울 서대문구, 마포구, 용산구, 중구, 은평구와 경기도 고양시 일대 자영업자는 카드결제가 되지 않아 영업에 큰 피해를 봤다. 국방, 소방, 경찰 등 공공서비스와 관련된 통신 회선에도 장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후 1년이 다 돼 가는데 통신국사 상황은 2곳 가운데 1곳이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경진 의원(무소속)이 국립전파연구원 중앙전파관리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분기 전국 594곳 통신국 설비를 표본조사한 결과 45.9%에 이르는 273건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중앙전파관리소는 2008년부터 전국 2만여개 통신국 중요 설비와 옥외설비, 중요 데이터 등에 대해 기술 기준 적합 조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아현지사 사고가 났는데도 여전히 절반이나 부적합하다. 당국의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중앙전파관리소는 통신국 부적합으로 판정하고도 후속 조치를 사실상 통신사 자율에 맡기고 사후 점검도 하지 않고 있다. 중앙전파관리소는 제대로 후속 조치를 했는지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지금까지 시정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방송통신설비 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조사를 위한 조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후속 조치가 이뤄졌는지까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통신사 역시 관리 감독이 느슨한 틈을 타 기술 기준에 미달한 시설을 그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통신국사 한 곳의 화재만으로도 엄청난 대란을 겪은 상황에서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빅데이터 등이 생활 속에 들어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경제와 사회 혼란 규모는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