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ence]'발라드 강세' 음원차트, K팝의 변화

음원차트는 음악 유행은 물론 당대 문화트렌드를 감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실물 지표다. 몇 년 사이 음원차트는 소위 'K팝한류' 주역인 아이돌 패턴에서 벗어나 다양한 음악장르 흐름이 두드러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최근 음원차트 흐름 변화는 기존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엔터테인&'에서는 최근 음원차트 변동에 얽힌 국내 대중의 음악 취향과 사회문화 경향 변화에 대해 알아본다.

◇'감성뮤지션, 댄스돌 절대장벽 넘다' 국내 음원차트, K팝 다변화 수요 보여

현 음원차트는 기존 아이돌 아성을 넘어 인디-메이저를 오가는 아티스트와 솔로 주자로 나선 K팝 아이돌의 감성음악, 드라마 OST 등이 선두권을 지키고 있다.

사진=CJ ENM 제공
사진=CJ ENM 제공

이런 흐름은 몇 년 전부터 조금씩 흔적을 보이다 올해 들어 크게 나타났다. 배경에는 △K팝 다변화의 수요 △1인 미디어(MCN) 활약 △사회·경제적 흐름 등이 있다. 먼저 최근 국내 음원차트는 K팝의 다양한 수요 측면을 나타낸다. K팝은 다이내믹한 댄스음악과 함께 비주얼과 퍼포먼스를 앞세운 아이돌문화로 고정된 모습을 보인다. 이는 'K팝한류'라는 유행과 함께 국내 대중에게 엔터영역 참여폭을 할애하고 팬덤문화 확산을 이끄는 등 긍정 역할을 했다. 하지만 엔터 전반 경향을 '아이돌'로 국한하고 트렌드 흐름에 대응하기 힘들게 고착화시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최근 음원차트의 다양한 흐름은 댄스 아이돌 일변도로 고착화된 K팝문화에 대한 반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두터운 팬덤 입김에 좌우될 수 있는 앨범차트와 달리 음원차트는 유행이나 취향에 따라 폭넓게 접할 수 있다는 측면 때문에 음악방송 정상을 차지한 아이돌 음악이라 해도 차트 내 진입이나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다.

헤이즈-악동뮤지션의 모습. (사진=스튜디오블루, YG엔터테인먼트 제공)
헤이즈-악동뮤지션의 모습. (사진=스튜디오블루,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반면 인디-메이저 아티스트 또는 솔로로 나선 아이돌멤버의 곡 차트상황은 사뭇 다르다. 실제 국내 음악방송에서 인기 높은 아이돌 컴백과 데뷔앨범이 음원차트에 숱하게 등장하는 가운데서도 헤이즈·자이언티·악동뮤지션 등의 꾸준한 강세, 태연·첸 등 아이돌 솔로주자 등의 차트석권, 엔플라잉 등의 감성 역주행 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엑소 첸과 태연의 모습.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엑소 첸과 태연의 모습.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는 트랩힙합·하우스 등에 못박힌 K팝 아이돌에 대한 염증과 함께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다채로운 시도가 신선하게 다가오면서 빚어진 결과로, K팝 장르 다양성을 촉진한다.

◇'시티팝+뉴트로, 감성을 부르다' 감성경향 짙어진 국내 음원차트

네이버 온스테이지 '디깅클럽서울', 플로 '스튜디오 음악당', 멜론 DJ 등 스트리밍 서비스와 OTT 콘텐츠의 '시티팝' 등 레트로 음악 조명도 음원 차트변동의 한 몫을 차지한다.

(왼쪽부터)네이버 온스테이지 디깅클럽서울, 플로 스튜디오음악당 스틸컷. (사진=네이버문화재단, 드림어스컴퍼니 제공)
(왼쪽부터)네이버 온스테이지 디깅클럽서울, 플로 스튜디오음악당 스틸컷. (사진=네이버문화재단, 드림어스컴퍼니 제공)

단순히 리메이크·레트로풍 음악 순위만 놓고 보자면 차트와는 상관없어 보일 수 있지만, 이들의 부각은 자극적 음악과 문화 흐름에서 잠시 벗어나 여유를 찾고자 하는 뉴트로 문화와 맥을 함께하며 아이돌과 일반 뮤지션은 물론 대중에게도 큰 자극을 줬다.

(왼쪽부터) 케이시, 펀치. (사진=전자신문DB, 냠냠엔터테인먼트 제공)
(왼쪽부터) 케이시, 펀치. (사진=전자신문DB, 냠냠엔터테인먼트 제공)

실제 지난해부터 이어진 '시티팝' 행보는 음원차트 내 성숙과 공감 등을 주제로 하는 멜로망스· 펀치· 케이시 등 최근 감성뮤지션과 V.O.S·먼데이키즈·바이브·KCM·거미·장혜진 등 발라드 대가의 새로운 활약을 만들어냈다. 이들 곡은 K팝 아이돌의 댄스곡에 밀려 한동안 힘을 쓰지 못했던 몇 년 전과 달리 시티팝 등장과 함께 급상승과 역주행으로 다가서며, 차세대 K팝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바로서 여겨질 만큼 큰 폭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KCM의 모습(사진=얼반웍스 제공)
KCM의 모습(사진=얼반웍스 제공)

최근의 국내 음원차트의 변동은 단순히 다이내믹한 비트와 매력적인 퍼포먼스와 비주얼을 내세우는 아이돌음악의 포화 상태를 시사함하며 감성과 공감이라는 음악 본연의 매력과 그에 따른 창의적인 노력에 대한 수요로 나타나고 있다. 가요계 전문가 김민석 보컬트레이너(모래공장아카데미 원장)는 본지 인터뷰를 통해 “아이돌 중심의 K팝한류가 다양한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음악 중심으로 쏟아지는 K팝의 인기는 시스템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아티스트와 프로듀서 간 창의적인 역량이 경쟁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성보컬 중심 MCN콘텐츠, 음원차트 변동 유도

최근 음원차트 변동에는 1인미디어(MCN) 영향도 있다. 이는 2013년 김진우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수석연구위원이 '2013년 음악 소비 트랜드_듣는, 들려주는, 부르는 노래 제 각각' 칼럼을 통해 “자신을 나타내거나 자신이 좋아서 부르는 노래의 선택에 있어 능동적인 선택을 하는 반면, 음악의 감상에 있어서는 다소 수동적인 소비행태를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던 바가 1인미디어(MCN) 흐름에 더해져 개인측면으로 한층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사진=제이플라 공식 페이스북 발췌
사진=제이플라 공식 페이스북 발췌

음악은 게임이나 영화 못지않게 크리에이터의 단골 콘텐츠 소재이자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려는 아티스트의 MCN 방향으로도 많이 꼽힌다. 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커버곡이나 자작곡 콘텐츠다. 실제 유튜브에서는 제이플라(J-Fla)의 경우처럼 기획사 없이 자신만의 음악 스타일을 보여주려는 뮤지션 등장과 함께, 아이돌의 노력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중 노래방 형태로 펼쳐지는 유튜브 콘텐츠까지 인기를 모으면서 가창중심의 MCN 콘텐츠가 상당한 양을 차지한다.

사진=유튜브 채널 창현거리노래방 캡처
사진=유튜브 채널 창현거리노래방 캡처

아이돌이 보여주는 퍼포먼스 중심의 힙합음악보다는 보컬색과 가창력을 중시하는 감성발라드나 재즈나 R&B풍 음악이 주류를 이룬다. 이는 곧 크리에이터나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해당 원곡을 비롯한 동종 음악에 대한 기대치를 불러일으키며 감성음악 수요와 집중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임한별의 모습. (사진=전자신문DB)
임한별의 모습. (사진=전자신문DB)

지난해 9월 솔로 첫 싱글 '이별하러 가는 길'로 현재까지 차트에서 사랑받고 있는 임한별이 “제가 운용하는 유튜브 채널 분석페이지를 보다보니, 고음 커버를 시청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이를 충족시켜 드린다는 차원에서 곡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던 것과, 먼데이키즈 이진성이 “발라드 인기는 마케팅과는 상관없는 트렌드다. 소셜채널 커버와 함께 퍼포먼스 중심의 댄스곡보다 곡 자체가 갖는 메시지에 주력하는 발라드가 주목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던 바처럼 1인미디어(MCN) 활약은 현재 음원차트에서 보이는 감성발라드 강세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먼데이키즈 이진성의 모습. (사진=먼데이키즈컴퍼니 제공)
먼데이키즈 이진성의 모습. (사진=먼데이키즈컴퍼니 제공)

이밖에도 내수침체 및 경기불황에 영향을 받은 레트로 향수와 트렌디함이 조화된 '뉴트로' 문화의 유행, 가볍고 아련한 감성부터 청량함, 쓸쓸함 등으로 이어지는 계절감에 따른 음악흐름 등도 기본적인 음원차트 변동에 한몫하고 있다.

최근 음원차트의 변동은 단순한 인기 등락보다는 K팝 다변화 요구와 뉴트로문화 유행, 1인미디어(MCN) 등 대중소통채널 다변화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엔터업계에서도 단순히 트렌드를 좇기보다 현상을 둘러싼 기저를 확인하고 대중 공감을 위한 아티스트의 창의성을 고민해야 한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