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과일 상자도 거뜬하겠네”...농업과 현대차 기술 만나 웨어러블 슈트 '꿀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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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썩털썩 어디에서나 의자가 있는 것처럼 앉을 수 있으니 딸기나 파프리카를 수확할 때 큰 도움이 되겠어요.”

“젖소에서 우유를 짤 때 허리를 숙였다 펴기를 반복해야해 힘들었는데 웨어러블 슈트를 이용하면 작업이 쉬워지겠어요.”

“수확철에 과일을 박스에 담아 옮기려면 무거워서 매번 곤욕이었는데 상자를 쉽게 들어 올릴 수 있으니 편리할 것 같아요.”

현대자동차 의왕연구소에서 열린 제1차 스마트농업 현장 포럼에서 한 참가자가 웨어러블 슈트를 장착하고 물건을 드는 작업을 시연했다. [자료:농림축산식품부]
<현대자동차 의왕연구소에서 열린 제1차 스마트농업 현장 포럼에서 한 참가자가 웨어러블 슈트를 장착하고 물건을 드는 작업을 시연했다. [자료:농림축산식품부]>

지난 8일 현대자동차 의왕연구소에서 열린 '제1차 스마트농업 현장 포럼'에 참석한 위원들은 '웨어러블 슈트'를 착용하고 시연하면서 이구동성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농산물 생산과정에서 항상 힘들었지만 견뎌냈던 기억을 반추하면서 이런 장비가 농촌에 보급되면 얼마나 편리해질까를 얘기했다.

고향에서 농사지으며 고생하시는 부모님 건강을 위해 한 벌 보내드리고 싶다는 말도 나왔다. 웨어러블 슈트를 당장이라도 농업현장에 보급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하루라도 빨리 농업인의 고된 작업의 무게를 덜어주고 싶다는 의지가 담겼다.

정부와 학계, 기업이 웨어러블 슈트를 입고 논에서 모내기를 하고 과수원에서 과일을 수확하는 스마트농업 구현을 앞당기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이 웨어러블 슈트와 공작로봇 등 정보기술(IT)·제조업에 사용되는 스마트 기술의 농업 분야 도입을 서두르기 위해 구성한 스마트농업 현장 포럼에서다.

스마트농업 현장 포럼은 IT·제조업 분야 혁신적인 산업현장을 각 분야 전문가가 직접 방문해, 첨단 스마트 기술들을 농업분야로 도입할 가능성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장이다. 첫 포럼은 웨어러블 슈트를 개발 중인 현대자동차 의왕연구소에서 열렸다.

현대자동차는 앉아서 하는 작업을 지원하는 모델(다리), 팔을 들어 올린채 작업을 돕는 모델(팔), 허리를 숙여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작업을 돕는 모델(허리) 등 다양한 웨어러블 슈트를 소개했다.

이후 포럼 위원이 직접 착용해 시연하는 과정에서 각 모델이 농업의 어느 작업에 필요한 제품인지가 여기저기서 튀어 나왔다.

현대자동차 의왕연구소에서 열린 제1차 스마트농업 현장 포럼에서 현대차 관계자가 웨어러블 슈트에 대해 설명했다. [자료:농림축산식품부]
<현대자동차 의왕연구소에서 열린 제1차 스마트농업 현장 포럼에서 현대차 관계자가 웨어러블 슈트에 대해 설명했다. [자료:농림축산식품부]>

애초에 제조공장 작업용으로 개발된 제품인 만큼 농업에 적용하려면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도 쏟아졌다. 가장 관심이 모아진 것은 농가에서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추는 과제였다.

현대차는 일부 기능을 빼더라도 핵심 기능만 탑재하고 상용화가 가능한 범용모델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농촌에서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웨어러블 슈트를 입고 작업하는 농부를 볼 날이 가까웠다는 얘기다.

현동진 현대차 로보틱스팀장은 “현재 양산형 웨어러블 슈트를 생산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단계”라며 “더 많은 사람이 쓸수록 제품을 낮은 가격에 공급할 수 있고, 현대차는 수익보다 기술 확산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농업) 현장에서도 곧 제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팀장은 “일본처럼 농촌에 웨어러블 슈트가 배포되고 상용화 되려면 개발자 노력만으로 부족하고, 농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평가 등 관련해 여러 기관이 관심을 갖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럼에서는 김대희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센터장의 '로봇 최신 기술 및 산업 동향', 김상철 농촌진흥청 과장의 '스마트 파밍과 농업 로보틱스' 주제발표도 마련됐다.

현대자동차 의왕연구소에서 열린 제1차 스마트농업 현장 포럼에서 오병석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왼쪽 두번째)가 인사말 했다. [자료:농림축산식품부]
<현대자동차 의왕연구소에서 열린 제1차 스마트농업 현장 포럼에서 오병석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왼쪽 두번째)가 인사말 했다. [자료:농림축산식품부]>

오병석 농식품부 차관보는 “농촌이 고령화 될수록 노동력을 절감하고 경쟁력과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스마트농업이 중요하다”면서 “우리의 강점인 제조업 노하우와 정보통신기술을 농업에 접목하면 스마트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은 스마트농업 현장 포럼을 통해 농업분야로 도입할 필요가 있고 가능성이 있는 10대 기술을 선정하고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도입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선정된 기술 과제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내 실증단지 등을 활용해 농업용으로 보정하기 위한 R&D 등을 추진, 기술 도입을 촉진한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