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화웨이 이슈 마냥 미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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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라인]화웨이 이슈 마냥 미룰 건가

때로는 무모한 게 아닌가 싶고 때로는 두렵다. 화웨이다.

화웨이가 올해 우리나라 시장에서 올린 실적은 사실상 제로(O)나 다름없다.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 공급이 사실상 봉쇄된 이후에는 국내에 스마트폰도 출시하지 않고 있다.

화웨이가 직면한 상황이 단기간 반전될 지도 불투명하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5G 시장 규모가 매력적으로 큰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5G 시장에 대한 화웨이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화웨이 5G 장비 보안 논란 문제가 해소되면 언젠가 5G 장비 시장 구도가 요동칠 개연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는 듯하다. 상황이 반전되면 시장 헤게모니를 장악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가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품질 경쟁력을 겸비한 사실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5G 초기의 화웨이 5G 장비가 경쟁사 5G 장비보다 약 20%의 속도 우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5G 장비 보안성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화웨이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문제없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단순 해명뿐만 아니라 공개 검증을 수용하겠다고 요구하며 맞받아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는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에는 멍샤오윈 화웨이코리아 지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지난해 국감에서 멍 지사장은 화웨이 5G 장비 관련 보안 문제가 불거진 적이 없다며 논란을 정면 부인했다. 올해에도 지난해에 이어 보안 검증 요구를 수용할 의지를 피력하는 등 종전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와중에 우리나라 정부도, 정부의 의중을 헤아려야 하는 이통사도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화웨이는 유럽 중심으로 세계에서 50여개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을 수주, 5G 중계기 20만대를 공급했다.

미국이 동맹국 중심으로 화웨이를 배제하라고 요구했음에도 결과는 딴판이다.

EE 등 영국 3대 이동통신사는 예외 없이 화웨이 5G 장비를 채택했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아시아에서도 싱가포르, 필리핀에 이어 네팔과 말레이시아가 화웨이를 택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언제 종결될지는 예측불허다. 5G 장비 구축이 한창인 우리나라는 전략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과거 화웨이 장비에 보안 문제가 있었다는 미국의 주장이 현재에도 유효한지 곱씹어 봐야 할 시점이다. 화웨이의 해명은 차치하더라도 세계적으로 화웨이 5G 장비 보안 문제가 거론된 사례가 없다. 보안 논란과 관련해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화웨이 5G 장비 사용 이후 현재까지 보안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의 우방이 앞 다퉈 화웨이를 택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화웨이 5G 장비의 저렴한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우선했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결국 무엇이 기업의 이익, 궁극적으로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가에 대한 선택의 결과가 아닐까. 세계적으로 주요 국가, 이통사가 화웨이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 우리나라 정부와 이통사의 부담이 줄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어정쩡한 상황이 지속돼 기회비용이 증가하는 건 아닌지, 글로벌 시장의 흐름과 동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