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송출 수수료' 격랑 속으로

SK브로드밴드가 일부 홈쇼핑 업체를 상대로 '송출수수료 협상 종료'를 통보했다. 지금까지 대화하던 사업자 이외의 홈쇼핑사와도 협상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우위를 노리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최근 T커머스가 10번대로 진격한 LG유플러스에 이어 또 한 번 IPTV의 대규모 홈쇼핑 연쇄 번호 이동이 나타날 수 있다. 인기 번호를 확보하기 위한 홈쇼핑의 채널 쟁탈전이 폭풍 속으로 빨려들 것 같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최근 일부 TV홈쇼핑과 T커머스 사업자에게 각각 '송출수수료 협상 종료 예고' 관련 공문을 발송했다. 양측이 제시한 송출수수료 규모가 더 이상 합의에 도달하기 어렵다며 협상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홈쇼핑 '송출 수수료' 격랑 속으로

SK브로드밴드는 올해 분 홈쇼핑 송출수수료 인상 요율을 최소 20% 이상으로 잡고 협상에 나섰다. 그러나 현재 10번대에 편성된 몇몇 TV홈쇼핑과 20~30번대 T커머스 사업자 일부와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홈쇼핑업계는 20번대 후반 채널 기준 최소 10억원 이상을 더 지불해야 하는 비용 부담을 감안하면 쉽게 인상 요청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홈쇼핑 고위 관계자는 “협상 테이블에서 양사 간 이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공문을 받았지만 아직 협상이 계속되는 만큼 최선의 결과를 내겠다”며 말을 아꼈다.

최근 벌어진 LG유플러스의 선례가 SK브로드밴드 협상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LG유플러스는 차회 채널 개편에서 기존 28번이던 T커머스를 지상파 옆 채널인 12번에 편성한다. 기존 12번에 편성되던 홈쇼핑과는 원활한 협상이 불가하다고 판단, 다른 사업자로 후보를 넓히면서 수익 확대에 성공했다.

해당 T커머스는 12번 채널을 위해 총 300억원가량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자리 인기 번호를 확보하려는 T커머스와 더 많은 송출수수료를 받기 위한 IPTV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SK브로드밴드가 LG유플러스처럼 현재 마찰을 빚고 있는 사업자와 협상을 끝내고 공개 입찰로 선회하면 각 채널은 새로운 세입자를 맞게 된다.

IPTV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협상하고 있으면서 경고성 공문을 보내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이전과 결이 다르다”면서 “SK브로드밴드가 LG유플러스처럼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공개 입찰에 나설 가능성이 짙다”고 진단했다.

IPTV업계 공세에 홈쇼핑은 코너에 몰렸다. 현재 편성된 채널 번호를 경쟁사에 내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채널 전환(재핑)으로 유입되는 시청자가 많은 홈쇼핑 특성상 지상파 또는 종합편성채널 사이 인기 번호는 매출과 직결된다. 기존 번호를 사수하기 위한 수십억~수백억원대의 대규모 투자비용이 예상된다. 홈쇼핑이 유료방송에 지불하는 송출수수료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방송 플랫폼사업자가 송출수수료 협상에서 아주 유리한 패를 쥐게 됐다”면서 “올해는 물론 향후 수년간 홈쇼핑업계가 고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