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제3자 PPA'가 성공하려면

최재필 전자신문 미래산업부 기자.
최재필 전자신문 미래산업부 기자.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이 이달 중 'RE100' 시범 사업 이행 방안을 내놓는다. RE100은 소비전력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캠페인이다. 방안에는 한국전력공사에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구매하는 '녹색요금제'와 '제3자 PPA' 내용이 함께 담길 예정이다.

전력구매계약(PPA)는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와 기업(소비자)이 개별 계약을 맺고 전기를 공급하는 제도다. 비록 재생에너지 생산 전력으로 국한되더라도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판매 시장이 재편되는 첫 시도다. 그러나 산업부는 PPA가 '동일인에게는 두 종류 이상의 전기 사업을 허가할 수 없다'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제7조에 배치된다며 RE100 이행 방안에서 최종 제외시켰다. '발전'과 '판매'를 동시에 할 순 없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대신 '제3자 PPA'라는 제도를 신설·도입하기로 하고 업계 의견을 수렴했다. 여기서 말하는 제3자는 한전을 이른다. '발전사-기업' 간 전력 거래가 불가능하니 한전을 개입시켜서 계약이 성사되도록 한다는 발상이다. '소비자-한전-발전사'로 연결되는 계약 구조는 현행 전기사업법에 위배되지 않기 때문에 원래 기대한 PPA 도입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결국 한전이 참여하는 계약 방식이지만 PPA 순기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긍정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제3자 PPA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전력 판매 계약 과정에서 '한전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PPA는 △계약기간 △전력량 △전력요금 등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한전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해진다. 1년 전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그동안 에너지 정책 추진에 많은 노고가 있었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조여 매고 함께 뛰자”고 말했다. 성 장관의 꽉 조인 신발 끈이 융통성 없는 에너지 정책 수립으로 헐거워지는 일은 없길 바란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