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세 아는 만큼 걷는다"…윤곽 드러난 '디지털세'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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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디지털세 도입 논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디지털세 초안을 공개했다. 13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OECD는 최근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이 글로벌에서 벌어들이는 전체 소득을 집계한 후 지역별 매출 크기에 따라 과세표준을 정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OECD가 마련한 기준은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전체 매출을 먼저 집계한 뒤 국가별로 배분하도록 했다. 이전에는 기업이 내놓는 수익·비용 자료를 바탕으로 개별 국가 스스로 과세표준을 구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소득을 조세피난처나 저세율 국가로 이전, 절세하는 편법이 가능했다.

글로벌 전체 매출은 연결재무제표를 통해 모회사로 모인다. 이 금액에서 통상수입을 제외한 초과수입으로 국가 간 배분이 이뤄진다. 통상수입은 마케팅, 제조, 유통과 같은 전통 방식으로 벌어들인 소득을 뜻한다. 초과수입은 지식재산권(IP)과 같은 무형자산을 활용해 번 소득이다. 플랫폼 회사 매출 대부분을 차지한다.

국가 간 소득 배분 기준은 지역별 매출이다. 매출이 큰 곳일수록 수익 창출 기여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 과세 표준이 되는 세수를 더 가져간다. 이 같은 배분 절차에는 해당 기업 소득이 7억5000만유로(약 9885억원) 이상 발생한 지역의 과세 당국만 참여한다.

초안 마련으로 디지털세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는 세금 부과 기준이 되는 고정사업장 개념을 정의하는 데 발이 묶여 있었다. 가상의 고정사업장이라는 대안이 제시됐지만 지나치게 복잡한 방법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OECD 회원국들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했다. 프랑스가 OECD와 별개로 매출에 3%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디지털세를 자체 추진하겠다고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OECD 초안은 고정사업장 유무를 고려하지 않는다. 지역별 매출 자료가 갖춰진다면 기존 방식보다 수월하게 세금을 걷을 수 있다. 국가별 과세 형평에도 부합한다.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 절세하는 수법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임재광 법무법인 양재 회계사는 “디지털기업의 국내 사업 활동 내역을 면밀히 분석, 매출을 서둘러 파악해야 한다”면서 “G20을 비롯한 OECD 회원국들의 행보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OECD 초안은 회원국과 이해관계자 회의를 올해 12월까지 세 차례 거친다. 의견 조율이 끝나면 내년 1월 G20에 제출된다. 이르면 2020년 초에 최종안이 도출된다. 강제성은 없다. 국가 조세조약 체결 시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관련 내용이 주목받게 된다. 업계는 초안 골자가 크게 틀어질 가능성은 옅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변수는 미국이다. 미국 기업이 디지털세로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종채 법무법인 에스엔 변호사는 “글로벌 인터넷 기업에 대한 미국 영향력이 약해질 수 있다”면서 “합의가 진행되는 과정에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이라며 예의주시했다. 이태희 국민대 교수는 “외국 기업이 국내에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는지 서둘러 알아내야 한다”면서 “데이터를 확보해야만 OECD 논의에서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