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넷마블·다이슨의 '이업종 도전기'

[데스크라인]넷마블·다이슨의 '이업종 도전기'

세상이 변하면서 기업의 주 사업 내용도 수시로 변한다. 기술과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기업의 주요 사업 목적과 활동이 바뀌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기존 사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해 업종 전환을 하는 일은 자주 있다. 이보다는 자기 영역에서 잘나가는 기업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때 세상의 관심이 높아진다.

최근 국내외 유명한 2개 기업의 '이업종 도전기'가 기자의 눈길을 끌었다.

먼저 전기청소기로 유명한 다이슨 이야기다. 이 회사는 지난주 말 전기차 사업에서 완전 철수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환상적인 차를 개발했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다이슨은 3년 전 전기차 프로젝트를 야심 차게 시작했다. 3조6500억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양산형 전기차를 개발해서 이듬해 생산에 나간다는 구상이었다. 다이슨의 전기자동차 도전은 우리나라 삼성과 LG가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는 안의 척도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결국 다이슨은 가전의 핵심 기술로 '획기적인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나섰지만 성공 신화를 쓰지 못했다.

그래도 다이슨의 도전은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자동차 생태계를 전자회사가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전자회사의 모터와 배터리가 자동차의 심장으로 불리는 엔진의 노하우를 완전 대체할 것인가'까지 다양한 관전 포인트를 제시했다.

국내에서는 최근 게임과 렌털 가전이라는 이업종 간 빅딜이 이뤄졌다.

게임 업체로 크게 성공한 넷마블이 알짜 인수합병(M&A) 물건인 웅진코웨이의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웅진코웨이는 정수기와 렌털 사업에서 넘버원 기업이고, 꾸준한 성장세에다 안정적인 사업 예측성으로 국내외 사모펀드와 여러 기업군이 군침을 삼키고 있던 회사였다. 넷마블은 1조8000억원에 이르는 자금 조달 능력을 보여 줬다. 그러나 이보다 더 궁금한 것은 게임 회사와 가전 제조 및 렌털 회사 간 시너지를 어떻게 내느냐다.

일부에선 돈을 많이 번 게임 회사가 안정적 사업을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앞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제약해선 안 된다.

웅진코웨이와 직접 경쟁하는 회사의 고위 관계자는 “넷마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면서 “순간 어질하더라. 예상하지 못했고, 오히려 기존의 인수 후보자보다 더 큰 위협 요인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과 렌털의 교류가 세상이 인지하지 못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업종 간 융합은 이제껏 상상하도 못한 방법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높다.

결과적으로 다이슨의 도전은 마무리됐다. 그렇다고 해서 이 회사가 시간과 비용만 날렸다고 보진 않는다. 모터와 배터리에 대한 연구개발(R&D) 노하우가 축적됐고, 새로운 영업 방식에 대한 지식도 얻었기 때문이다. 자동차에서의 경험을 다이슨의 가전제품에 새로운 동력으로 삼는 앞으로의 노력이 더 중요해 보인다.

넷마블의 새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최종 인수까지는 몇 가지 절차가 남아 있지만 온라인 전문 회사와 가전 렌털의 결합에 대해선 우려 및 기대감이 공존한다.

넷마블과 웅진코웨이는 분명히 각자 회사로도 매력이 충분하다. 여기에 이업종 간 장점을 잘 살려서 결합시킨다면 좋겠다. 융합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고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길 기대한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