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정구호 '싹 바뀐 빈폴' 리브랜딩 승부수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15일 인천 일진전기 공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리뉴얼한 로고(우측)를 소개하고 있다.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15일 인천 일진전기 공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리뉴얼한 로고(우측)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물산 캐주얼 브랜드 '빈폴'이 론칭 30주년을 맞아 브랜드를 전면 리뉴얼했다. 노후화된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고객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상징과 같던 자전거 심볼을 현대화하고 한글 글꼴도 선보였다. 젊은 세대를 겨냥한 새 상품 라인으로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낸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15일 인천 동구 일진전기 인천공장에서 간담회를 열고 2020년 봄여름(S/S) 시즌부터 빈폴 리뉴얼 상품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과거 제일모직 전성기를 이끌었던 정구호 디자이너가 6년 만에 컨설팅 고문으로 복귀해 리브랜딩을 진두지휘했다.

정 고문은 “한국적 헤리티지를 담아 빈폴 만의 새로운 스타일을 꾀했다”면서 “전 연령층에 걸쳐 브랜드 인지도 끌어올리는 게 이번 리뉴얼의 목표”라고 말했다.

빈폴은 1989년부터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대표하는 캐주얼 브랜드다. 다만 브랜드 노후화로 고객층이 고착화되면서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이에 패션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정구호 디자이너를 영입하고 브랜드 로고부터 콘셉트, 디자인, 매장까지 이름만 빼고 전부 바꾸는 대수술을 감행했다.

먼저 올드한 이미지로 각인된 로고부터 손봤다. 자전거를 탄 신사 로고를 현대적 감성에 맞춰 바퀴살을 없애고, 남성의 체격과 머리스타일도 동시대적으로 바꿨다. 여기에 여성·어린이 로고도 선보여 다양성을 강화했다.

브랜드 정체성을 뒷받침할 '한글 로고'도 새롭게 선보였다. '한국적 미'가 담긴 빈폴 전용서체를 만들고 자음을 체크 패턴에 디자인했다. 매장의 빈폴 영문 표기도 한글로 바꿔 달았다.

빈폴 론칭 시기인 1989년 3월11일을 모티브로 한 팔구공삼일일(890311) 라인 제품.
빈폴 론칭 시기인 1989년 3월11일을 모티브로 한 팔구공삼일일(890311) 라인 제품.

매장 인테리어도 1960~70년대 근현대 한국 건축물에서 받은 영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마루부터 천장, 유리, 조명 전부 한국적 감성을 살려 변화를 줬다.

글로벌 브랜드로 입지를 굳히기 위한 '팔구공삼일일(890311)' 라인도 새롭게 선보였다 당시 유니폼과 운동복에서 영감을 받은 스트리트 캐주얼로 레트로 감성을 더했다. 팔구공삼일일 라인은 기존 빈폴 상품 대비 10~20% 낮은 가격으로 책정해 젊은 세대를 주 타깃으로 내세웠다.

삼성물산은 정체된 국내 시장서 벗어나 해외 진출도 적극 추진한다. 내년 봄여름 시즌부터 빈폴의 해외 판매를 시작해 가을·겨울시즌(F/W)부터 해외 온·오프라인 공략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박남영 삼성물산 빈폴사업부장 상무는 “이번 리뉴얼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한국적 독창성을 토대로 해외 사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라면서 “2023년까지 중국·베트남은 물론 북미, 유럽까지 사업을 확대해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