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 페이스북 '히든카드' AR글라스용 AP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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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 반도체 공법 적용, 양산 시점 2021년 예상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인 화성캠퍼스 EUV 라인 전경(자료: 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인 화성캠퍼스 EUV 라인 전경(자료: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페이스북이 개발하고 있는 '증강현실(AR) 글라스'에 들어갈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생산한다. 페이스북은 미래 핵심 사업의 중추인 AP를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맡겼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 달성을 위해 파운드리 사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은 글로벌 초우량 IT 기업인 페이스북과 협력하면서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페이스북은 최근 AR 기술에 활용할 칩 생산을 협력하기로 하고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페이스북이 AR 글라스용 AP 생산을 위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면서 “최근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삼성과 페이스북이 협력하는 것은 AP 분야다. 스마트폰 AP가 각종 정보를 연산하고 처리하는 기기의 '두뇌' 역할을 맡는 것처럼 이 칩도 AR 글라스 안으로 들어오는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한다. AR 글라스용 AP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작은 크기로 새로운 형태의 정보를 연산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이 칩을 위탁 생산하기 위해 초미세 반도체 제조 공법인 7나노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할 공산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이 생산할 AP의 구체적인 물량과 양산 시점은 아직 판단하기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이 AP 아키텍처를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실제 생산까지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 공정, 테스트 등 여러 과정을 거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산 시점은 2021년쯤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가상현실(VR)과 AR는 페이스북의 초핵심 미래 먹거리 사업이다. 전 세계 20억명에 이르는 사용자가 참여하는 거대 온라인 네트워크에서 나아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노 라인' 세상을 구현하겠다는 것이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의 구상이다.

페이스북은 2014년 23억달러에 인수한 VR 회사 오큘러스를 기반으로 일찌감치 VR와 AR를 차세대 생산성 혁신 기술로 점찍었다. 2017년에는 자체 기술로 개발한 AR 플랫폼도 공개했다. 최근 뇌신경 스타트업 콘트롤랩스까지 인수, AR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페이스북 스마트글래스 특허 출원 그림. 안경 우측 상단에 컨트롤러가 위치하고 있다. <사진=미국 특허청>
<페이스북 스마트글래스 특허 출원 그림. 안경 우측 상단에 컨트롤러가 위치하고 있다. <사진=미국 특허청>>

특히 AR 글라스는 페이스북이 하드웨어(HW) 사업으로 뛰어드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페이스북은 이미 AR 글라스 디자인 특허를 출원했으며, 안경업체 레이밴과의 협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칩 설계를 총괄하고 있는 샤리아 라비이 부사장은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AR 글라스에서 사용되는 칩은 기존 칩과 다른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면서 “저전력 칩 개발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이 AR 글라스 이후 다양한 형태의 AR 기기를 출시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AR로 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면서 “AR 글라스뿐만 아니라 쇼핑 공간에서의 거울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R 글라스에서 필수적으로 쓰이는 카메라 안에 삼성전자 주력인 이미지센서가 탑재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이번 협력으로 파운드리 사업에 상당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로라 하는 IT 대기업과의 협업으로 최첨단 공정 사례를 쌓아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AR 글라스 분야는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지목했다.

삼성전자는 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엔비디아, 퀄컴 등과의 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지역에서 파운드리포럼을 개최, 자사 기술과 로드맵을 알리는 것도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 기업들을 고객사로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이 크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이미 지난해 12인치 웨이퍼 공정 라인이 주문으로 꽉 들어찰 만큼 안정적인 가동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페이스북과 협업을 통해 EUV 공정까지 안정적인 고객사를 확보한다면 파운드리업계 1위 업체인 대만 TSMC를 더욱 빠르게 추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페이스북과의 협력에 대해 “고객사 관련 정보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