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감산 반사이익 노리고?…샤프, 광저우 10.5세대 LCD 가동 '눈치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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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1일 열린 폭스콘의 샤프 광저우 10.5세대 공장 기공식 (사진=폭스콘)
<2017년 3월 1일 열린 폭스콘의 샤프 광저우 10.5세대 공장 기공식 (사진=폭스콘)>

폭스콘에 인수된 일본 샤프가 중국 광저우에 건설한 10.5세대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가동을 6개월가량 늦추기로 했다. 한국이 큰 폭으로 LCD를 감산하고 있어 반사효과를 노리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7일 국내 업계와 중국 언론에 따르면 대만 폭스콘에 인수된 샤프(사카이SIO인터내셔널)는 광저우에 건설한 10.5세대 공장 가동을 내년 4월로 미뤘다. LCD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10.5세대 LCD 공장 건설을 마무리했으나 정작 가동 시기를 6개월가량 미루기로 결정했다.

당초 샤프는 1단계 투자분인 월 4만5000장 규모를 우선 가동하고 1년 뒤에 2단계 투자분 월 4만5000장을 추가 가동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단계 투자분 가동 일정이 지연되면서 2단계 투자 일정도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샤프는 내년 상반기 중 LCD 업황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가동 일정을 지연키로 결정했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중국, 대만보다 더 큰 폭으로 LCD 감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미 삼성디스플레이가 퀀텀닷(QD)디스플레이 생산을 위해 8세대 LCD 공장인 L8 라인 일부 가동을 중단했고 나머지도 가동 중단을 앞뒀다. 65인치 LCD를 중점 생산하는 7세대 공장도 중기적으로 가동 중단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측된다. LG디스플레이도 구미에 위치한 7세대 P7과 8세대 P8-2 라인 가동 중단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적극적으로 LCD 출구 전략을 시행하는 반면 공급과잉을 촉발한 중국은 가동률 조정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차이나스타가 8세대 팹에서 유리기판 투입량을 20% 줄이고 BOE가 10.5세대 생산량을 약 20% 줄이는 등 가동률을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패널 가격이 생산 원가 수준 혹은 그 이하로 떨어지면서 정부 지원을 받는 중국 패널사도 실적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최근 중국이 다시 가동률을 조금씩 상승시키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BOE와 차이나스타가 각각 10.5세대 공장에서 2단계 투자분 가동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는 올해 한국이 여러 LCD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큰 폭으로 대형 패널 생산량이 줄지만 중국은 되레 생산능력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국가별 대형 디스플레이 글라스 투입량 점유율에서 중국은 42.3%로 가장 큰 성장폭을 달성할 전망이다. 한국은 지난해 35.1%에서 올해 29.3%로 크게 줄어든다고 봤다. 내년에는 중국 49.4%, 한국 23.4%로 격차가 더 벌어질 전망이다.

샤프는 광저우에서 10.5세대 공장을 가동하면 BOE에 이어 두 번째로 10.5세대 생산능력이 높은 제조사가 된다. 하지만 이번에 가동 일정을 지연했고 중국이 2단계 투자분 가동을 준비하고 있어 중국과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생겼다.

샤프는 공장 가동 일정을 늦추면서 초기 가동에 따른 운영비 절감과 감가상각비 절감 등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초기 목표한 가동률이 높지 않았던 만큼 굳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10.5세대 LCD를 가동하기보다는 업황이 좀 더 회복한 뒤에 가동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샤프가 목표했던 광저우 10.5세대 공장의 올 4분기 가동률은 30% 수준”이라며 “내년에 LCD 업황이 회복하는 등 상황이 나아지면 더 좋은 조건에서 가동할 여지가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샤프는 가동 일정을 지연하면서 해당 공장에 장비를 납품한 협력사에 장비 대금을 60%만 지급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대만 디지타임스가 보도했다. 중국 패널사는 장비 대금 약 80%를 지급하고 장비 설치 후 10%, 공장 가동 후 남은 10%를 지급하는 관례가 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