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위기의 유통업, 세심한 규제와 공생 비즈니스 절실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회장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회장>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맞춰 유통업계도 발 빠르게 혁신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위치 기반 기술은 고객 스마트폰으로 할인 쿠폰을 전송한다. 자율주행차와 드론이 상품을 배송하는 시대도 머지않았다.

첨단 기술은 유통의 온라인화를 촉진했다. 현재 소매 유통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온라인 판매는 내년이면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공산품이나 신선식품·의약품뿐만 아니라 자동차·가구까지 더 많은 범주의 상품이 온라인에서 소비될 것이다. 온라인 플레이어의 물류·배송 시스템이 더욱 고도화될수록 오프라인 유통시스템은 치명타가 불가피하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의 연구 보고서는 2022년까지 미국 내 쇼핑몰 4곳 가운데 하나가 파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126년 전통의 미국 시어스백화점 몰락과 명품 백화점 대명사 바니스의 파산 역시 충격이긴 하지만 충분히 예견된 결과다. 국내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도 새로운 타개책을 내놓지 못하면 도산 가능성은 충분하다.

국내 유통업계도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 소용돌이치고 있다. 쿠팡 등 온라인소매의 급격한 성장·발전과 그에 대응하기 위한 오프라인의 몸부림은 치열한 전투를 방불케 한다. 그 와중에 중소협력업체와 소상공인 보호 차원에서 시행되는 규제 시스템은 대형 유통 업체를 더욱 옥죄고 있다. 기업들이 상상하지 못한 다양한 규제가 정치권에서 쏟아져 나오는 형국이다.

물론 이 같은 위기는 수익 창출에만 급급하던 유통 대기업들의 자업자득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온라인 유통 기업의 확산과 해외 직접구매 증가 등을 고려할 때 국내 유통 산업 경쟁력 강화와 산업 보호가 무척 중요한 시점이다.

특히 지역 소상공인과 분쟁 조정 등으로 대형 쇼핑몰 건립이 표류할수록 국내 유통 산업의 경쟁력은 약화된다. 이는 공멸을 자초하는 길이다. 온라인 소매 비중이 절반에 육박한 지금 규제 일변도 정책은 무의미하다. 가격과 서비스 측면에서 볼 때 소상공인은 대형 유통 업체의 직접 경쟁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골목상권을 찾기보다 다른 도시에 가서 쇼핑을 하거나 해외 직구나 온라인쇼핑몰을 이용한다. 그러다 보니 장기 측면에서 지역 슈퍼가 도산하고 상점들이 문을 닫게 될 가능성도 짙어진다.

결국에는 지역 중소기업들의 상품과 지역 농수산물을 판매하도록 하고, 지역 소상공인의 쇼핑몰 내 입점을 통해 공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과 활용이 절실하다. 지역 내 산재된 슈퍼 가운데 경쟁력이 떨어지는 곳은 대형 유통업체와 협업, 옴니채널 구축을 위한 창고형 판매 거점으로 활용하는 것도 공생 비즈니스의 한 방편이다.

지역마다 입장과 요구가 상이한 만큼 지역자치단체에서 관련 조정과 공생 업무를 관장하고 유도함으로써 지역 상권에 맞는 차별화된 공생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도 있다. 이것이 국내 유통업계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상공인을 살리며, 나아가 지역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이는 길이다.

소상공인만 할 수 있는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 외에도 소상공인만의 특화된 업종 개발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우버·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도 세계 소비자에게 편의성과 선택권을 부여,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 공유경제는 기존 업종의 반발, 규제 등으로 소상공인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제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향후 정부의 유통 분야 창업 지원도 차별화가 가능하고 혁신 경쟁력을 쌓을 수 있는 분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효율성과 생산 경쟁력,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지 못하는 지원과 규제 시스템은 결국 국민경제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경쟁에서 밀린 소상공인들의 생계 보전과 업종 전환 교육은 정부가 복지 차원에서 책임지고 다루는 게 효율이 있다. 대형 유통업체와 소상공인이 공생하고 있는 유럽 등 선진국의 선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장(동덕여대 교수) iskim@dongd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