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준 어퍼컷]가짜뉴스와 방통위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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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준 어퍼컷]가짜뉴스와 방통위 역할

가짜뉴스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찬반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모든 미디어 현안을 덮어버렸다. 아예 여당은 국감장에서 가짜뉴스를 빗대 노트북에 '가짜 위원장 한상혁은 즉시 사퇴하라'는 유인물을 붙이는 퍼포먼스까지 펼쳤다. 가짜뉴스 공방은 문재인 대통령이 폐해를 언급하고 신임 방통위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하면서 불이 붙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짜뉴스는 백해무익하다. 일단 의도부터 불순하다. 트래픽을 유발해서 개인 혹은 집단 이익을 취하거나 온라인 선동을 통해 원하는 정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두 가지 목적이다. 특히 후자가 강하다. 가짜뉴스는 일종의 공작 또는 '프로파간다(Propaganda)'로 선거나 권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치 상황에서 더욱 그악해진다. 이익 편취든, 정치 목적이든 반드시 사실을 기망하거나 여론을 왜곡한다. 침소봉대는 물론 허위와 조작이라는 양념이 필요하다. 따져보면 '가짜'와 '뉴스'라는 말 자체도 부조화다. 가짜는 거짓을 참처럼 꾸민 것이다. 뉴스는 사실을 전제로 새로운 소식이나 정보를 전하는 활동이다. 두 단어는 태생부터 어울릴 수 없고 어울려서도 안 된다. 마땅히 근절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문제는 가짜뉴스를 판별하는 기준과 원칙이다. 자기 입맛에 맞으면 진짜고, 그렇지 않으면 가짜라면 결과는 논란과 혼란뿐이다. 보고 싶은 뉴스, 읽고 싶은 뉴스만 보는 '확증 편향'이 불가피하다. 이념과 진영에 따라 가짜와 진짜가 나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더구나 한쪽으로 기울었다고 보는 누군가가 공허한 명분만을 앞세워 대책을 수립한다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게 인지상정이다. 지금 상황이 딱 그런 모양새다. 정부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권 대변인격인 방통위가 가짜뉴스 근절을 위해 칼을 뽑아든다면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누구나 가짜뉴스 폐해를 알고 있다. 지금은 명분이 아니라 과정과 절차가 중요하다. 해법을 찾기 전에 공감대를 확보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 역할은 다른 데 있다. 방통위는 방송위원회의 방송정책과 규제, 정보통신부의 통신서비스 정책과 규제를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이명박 정부와 함께 출범했다. 방통융합 추세에 적절히 대응하고 미디어 균형 발전과 국제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였다. 박근혜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조직 위상이 변했을지 몰라도 출범 취지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역할을 위한 전제는 미디어 시장과 흐름을 정확하게 읽는 일이다.

미디어 분야는 가히 '빅뱅'이라 부를 정도로 천지개벽했다.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유튜브를 포함해서 기존에 상상하지 못했던 플랫폼이 넘쳐난다. 변방에서 재미삼아 즐겼던 콘텐츠가 일약 주류로 떠올랐다. 가짜뉴스도 소셜 미디어 확산, 뉴스 플랫폼 다변화, 전통 뉴스미디어 신뢰 하락과 같은 큰 흐름 때문이었다. 가짜뉴스가 당장 눈에 보이는 '파도'라면 거대한 미디어 물결은 뒤에 숨은 '바람'과 같다. 바람을 놓치고 파도만 본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대한민국 미디어는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가장 중요한 방통위 역할은 방송통신을 위한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일이다.

취재총괄 부국장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