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국감, 내년엔 달라질까

<전자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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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8개' 국회가 이달 초 2019년 국정감사를 개시하면서 밝힌 피감기관 숫자다. 교육위원회 국감 대상 기관이 91개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82개), 법제사법위원회(76개), 문화체육관광위원회(75개) 등이 이었다. 상임위원회마다 편차는 있지만 총 17개 위원회가 채 한 달이 안 되는 기간에 수십여 곳의 기관 국감을 실시한다. 실제 국감장에서 질의를 받는 피감 기관은 이보다 훨씬 적지만 그래도 1년에 한 번 있는 국감을 위해 국회의원과 보좌진은 물론 모든 피감 기관 관계자가 수개월 동안 준비한다. 한쪽은 공격, 다른 한쪽은 방어의 진을 치기 위해서다.

2019년 국감이 21일 11개 상임위 종합감사를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나머지 상임위는 이보다 앞서 8일 종합감사를 가졌다. 일정 조율로 미뤄진 기획재정·행정안전위원회 종합감사와 통상 별도로 이어지는 국회, 청와대, 국가정보원, 여성가족부 등 국감 정도만 남았다.

올해 국감은 예상한 대로 '조국 국감'이었다. 흔히 말하듯 조국으로 시작해 조국으로 끝났다. '조국 블랙홀' '기승전 조국' '조국 대전'은 익숙한 용어가 됐다. 법무부, 검찰 개혁과 직접 맞닿은 법제사법위는 말할 것도 없고 정무위·교육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등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슈를 비켜 가지 못했다. 미래 교육 준비와 국내 대학 경쟁력 강화를 논해야 할 교육위 국감은 조국 사태 격전지로 전락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학교 발전정책이 아닌 조국 관련 문제로 지적받고, 그저 논란을 최소화하는 답을 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그렇다고 국감에서 조 전 장관과 가족을 둘러싼 의혹이 정리된 것도 아니었다. 이전에 제기된 의혹을 확산시키고 명확한 답은 얻지 못하는 지루한 공방이 반복됐다. 올해 국감을 두고 '맹탕 국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매년 가을 국감이 열리지만 어느 해도 만족스러운 적은 없는 것 같다. 관통하는 핵심 이슈가 달라질 뿐 폭로와 호통이 되풀이됐다. 국회의원은 답변보다 자신의 발언(질의)에 더 많은 시간을 썼다. 피감 기관은 이를 틈타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며 이번 고비만 넘기자는 행태를 보였다. 이 때문에 시작은 요란해도 끝나고 나면 별다른 소득 없는 국감이 대부분이었다. 국감 무용론이 심심찮게 나오는 이유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국감을 최소화해서 낭비하는 에너지 소모를 막아야 할까,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로 부실 국감을 피하기 위해 국감을 상시화해야 할까. 고질화된 국감의 한계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온다. 어떤 형태로 제도를 바꾸든 국감에 임하는 국회의원의 자세가 달라지지 않으면 오늘의 국감은 내일과 같고, 모레와 같을 것이다.
올해 국감은 20대 국회의원이 임기 내 마지막으로 치르는 것이었다. 내년 총선에 도전하려는 이는 자신의 역량을 보이기 위해, 불출마를 선언한 이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정책 국감에 집중해야 했다. 결과는 늘 국회의원들이 하는 대로 이슈에 편승한 이름 알리기에 그쳤다. 내년 4월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열린다. 300여 국회의원 가운데 누군가는 국회를 다시 찾을 것이다. 그 옆 빈자리는 새로운 누군가가 차지할 것이다. 매년 헛물을 켜지만 내년에는 다른 국회, 다른 국감이 열리기를 바라 본다.

[데스크라인]국감, 내년엔 달라질까

이호준 정치정책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