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만났습니다]신종철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원장 "포화된 시장, 웹툰 신성장 스토리 써나갈 때"

[데스크가만났습니다]신종철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원장 "포화된 시장, 웹툰 신성장 스토리 써나갈 때"

과거 부천시는 공업도시 이미지가 짙었다. 1970년대부터 대규모 산업단지가 형성됐다. 부품소재, 금형 산업이 도시 경제 중심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문화도시, 만화도시로 명성이 더 높다. 아시아 최대 규모로 열리는 '부천국제만화축제'에 매년 12만명 이상 관람객이 찾는다. 한국 영화제 최초로 아카데미 공식 영화제에 선정된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도 있다. 이 같은 이미지 전환에는 20년간 만화산업 역량강화에 힘써온 한국만화영상진흥원 공을 무시할 수 없다.

진흥원은 지난 1년간 심한 몸살을 앓았다. 부천시와 갈등이 심화되면서 전임 원장이 임기 도중 사표를 냈다. 내부 갈등 역시 터져나왔다. 여기에 국내 웹툰 산업도 포화상태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원투수로 신종철 신임 원장이 올해 2월 등판했다. 내외부 갈등 봉합과 웹툰 산업 신성장동력 확보라는 무거운 임무를 어깨에 짊어졌다. 그를 직접 만나 그간 성과와 산업에 대한 고민을 들어봤다.

신종철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과 김원석 성장기업부장(왼쪽)이 1909년 6월2일 대한민보 창간호에 실린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 삽화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신종철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과 김원석 성장기업부장(왼쪽)이 1909년 6월2일 대한민보 창간호에 실린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 삽화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대담=김원석 성장기업부장

-올 2월 취임 후 약 8개월이 흘렀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가.

▲사실 취임 초기에는 욕심이 많았다. 빠른 시간 내 진흥원을 정상화 시키고 혁신과 변화를 만들겠다는 의욕도 있었다. 창립 멤버로서 나름 애정도 있고 고향처럼 느끼는 마음도 있다. 지금까지는 흙을 엎어 좋은 밭을 만드는 단계에 집중해왔다고 생각한다. 아직 꽃이 피고 싹이 트는 단계라고 보기엔 섣부르지만, 밑바탕을 튼튼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평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전임 원장과 부천시 간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현재 부천시와 관계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됐는지.

▲부천시와 관계가 원체 많았던 입장이어서 담당자들 심정을 잘 이해하고 있다. 1998년 부천만화정보센터(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전신) 창립 후 10여년 이사직을 맡았었다. 당시 함께 일했던 실무자 분들이 국장, 과장을 거쳤다. 부천시와 갈등을 겪은 분들 심정이나 문제의식도 잘 알고 있다.

그분들도 저를 잘 알고 있다. 덕분에 어느 정도 기본적인 신뢰를 안고 시작할 수 있었다. 이후 과정도 편향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부천시와 관계도 현재는 무난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시장님, 실국장 모두 진흥원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 상황이다.

-진흥원 내부 조직 분위기 쇄신은.

▲조금 전 '밭을 간다'는 표현을 썼다. 개혁과 변화는 가시적이지 않다. 보이지 않는 곳에 쌓여 나가는 것이다. 외부에서 볼 때 '진흥원은 공정한가, 그렇다면 공정성은 어떻게 확보해 나가는가'라는 물음이 나올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심사 공정성, 내부의 민주성을 높여나가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지금은 해당 부서가 심사위원을 선정하지 않고 타 부서에서 선정한다. 공정성을 해치는 영향력이 못 미치게 하는 제도를 만들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진흥원 문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전문 용역을 통해 경영 진단을 받았다. 조직 재설계를 하고 미션과 비전을 재정립했다. 취임 초기부터 전 직원을 직급별로 나눠 직접 토론하고 10대 혁신 과제를 도출해 과제를 준비해 왔다. 또 한 축에서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과제를 도출했다.

이런 결과물을 토대로 체계를 개편하고 목표를 재정립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각각 과정에 얼마나 충실했는지는 또 평가를 받아야 할 문제지만, 한술 밥에 배부를 수는 없다고 본다. 갈등의 골과 상처가 깊어 쉽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체계와 시스템 확보로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데스크가만났습니다]신종철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원장 "포화된 시장, 웹툰 신성장 스토리 써나갈 때"

-문화체육관광부와의 관계는.

▲문체부에서도 국무총리에게 웹툰 관련 사안을 보고한 사례가 있다. 총리 역시 웹툰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문체부와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만나 상의도 자주 한다. 과거 있었던 갈등과 오해를 극복하고 잘 설명했으면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가 오간다.

-진흥원이 원래 부천시 소속인데, 문체부 산하 국가기관으로 전환하는 문제는 정리 됐는지.

▲국가기관화 사안은 약간 정체돼 있다. 만화계 전반적으로 국가기관화에 대한 전략적 합의가 미흡한 상태였다. 문체부 측은 현재 국가기관화에 대한 적극적 의지가 없다고 파악된다. 예산이 수반되는 정책이어서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국회, 기재부, 행안부와도 정책적인 맥락이 얽혀있다. 문체부 의지가 있어도 쉽지 않은 문제다. 만화계와 의지를 가진 국회의원들 간 전략적인 연대와 실천이 바탕이 돼야 추진 토대가 마련된다. 진흥원 내부적으로도 국가기관 수준 역량을 갖추고 양적 확대가 수반돼야 한다. 100억원 규모 사업 한다고 하지만 아직 도내 큰 기관 수준도 안 된다.

-최근 진흥원 성과를 보면 정책 초점이 세계화에 맞춰져 있다.

▲웹툰 세계화는 지역에 따라 다른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일례로 서구 문화권과 동남아시아는 지역적 특색이 상당히 다르다. 서구는 자기네 문화적 특성과 깊이가 아주 강하다. 새로운 문화를 담아내는 데 아주 보수적이다. 우리 웹툰에 대한 접근도 '여러 문화 중 한 부분'으로 받아낸다. 한류 붐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서구 진출은 새로운 영역을 알리고 다양성의 영역 속에서 존재감을 만들어내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동남아시아는 한류와 깊게 결합돼 있다. 한국 문화에 대한 동질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다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어떤 한류 드라마를 보냐고 물었더니 '타인은 지옥이다'를 본다고 답했다. 당시는 국내에서도 그 드라마가 한창 반영 중인 시기였다.

이제는 우리 콘텐츠가 동시성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 인기를 얻고 수출되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우리와 동시간대에 콘텐츠를 향유한다. 우리 정부가 '신남방정책'을 강조하는데, 웹툰 산업 역시 같은 측면에서 동남아시아 시장을 새로운 출구로 본다.

국내 만화 시장은 어느 정도 포화상태다. 제한된 시장에서 경쟁해 일부만 살아남는 구조 아닌가. 수많은 작가가 배출되지만 성공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시각을 외부로 돌려야 한다.

동남아시아 현지에서는 한국 콘텐츠를 어떻게 가져올까, 작가 양성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다. 이런 영역이 있으나 정작 우리가 진출한 분야는 극소수다. 카카오페이지가 지난해 인도네시아 웹툰 플랫폼(네오바자르)을 인수했는데 이 정도로는 약하다. 성장하는 시장에 더 적극적인 개척이 필요하다. 경기 콘진원과도 웹툰페어 방향성을 B2B에 초점을 맞춘 남방정책으로 잡고 협력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성과가 나고 있다. 특히 중국 항저우, 베이징에서 진행된 행사는 성과가 좋았다. 중국 물량이 어마어마한데도 국내 콘텐츠 질과 내용 측면에서 내공이 있어 잘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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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웹툰 산업이 과도기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웹툰 산업 출발점은 한국이 맞다. 그러나 웹툰 기반 기술 측면에서 압도한다고 보기 어렵다. 웹툰이 보편화되는 상황에 종주국 지위에 집착해서는 언제든지 따라잡힐 수 있다. 외국업체의 국내 진입이 많아지면 위기 영역에 들어선다. '넥스트 웹툰'에 대해 깊게 고민했다. 문체부와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협업 전략을 고심한다. 우리가 웹툰 종주국이라는 이야기를 듣긴 하지만 쓰고 싶은 표현은 아니다. 자기만족에 머무를 여지를 만든다. 한 단계 더 변화해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확실한 대안은 아직 모색 단계다. 다만 웹툰 세계화와 함께 하드웨어와 결합 측면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만큼 제작 비용이 들 수 있는 가상현실(VR) 웹툰을 저비용으로 구현하는 기술이 나와 있다. 비가 오는 날씨를 콘텐츠에서 구현하는 등 정지된 화면에서 어려웠던 표현이 가능하다. 진흥원 박물관 내 3D 콘텐츠를 VR로 바꾸는 프로젝트도 고민 중이다.

교육, 제작 분야에서도 웹툰 관련 사업 영역을 더 창출해야 한다. 최근 웹툰 원작 드라마 제작이 활발한데 웹툰 PD 등 이와 접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며, 직업 진로·교육 영역에서 교재 개발과 강사 양성도 중요하다. 웹툰을 보편적 교육 영역에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할 수 있다. 경기도 교육청과 이런 방향에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만화의 질적 하락 지적도 나온다.

▲만화계에서도 예술성에 대한 고민이 많다. 작품성이 높고 갤러리에 걸릴 만화가 왜 잘 나오지 못하는가 하는 자성 목소리가 있다. 웹툰은 특성상 대중성, 보편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웹툰 영역이 강화되면서 다른 영역 만화가 소외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전략적으로 어린이만화, 순정만화, 금기적 영역을 다루는 만화 등 작품 다양성을 확보하는 측면에 힘을 쓰고 있다. 위안부 소재 작품 '풀'이 프랑스 휴머니티 만화상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가시적 성과가 나오고 있다.

[데스크가만났습니다]신종철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원장 "포화된 시장, 웹툰 신성장 스토리 써나갈 때"

◇신종철 원장은

1962년생인 신종철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원장은 성균관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및 성균관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가톨릭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고 가톨릭대 행정대학원 외래교수직을 역임한 공공정책 전문가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제6대 경기도의회, 20010년부터 2014년까지 제8대 경기도의회 의원으로 경제투자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문화공보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이 밖에 부천만화정보센터 이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중앙의원, 함께하는시민행동 정책실장,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이사를 역임했다.

정리=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