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재고 빠르게 소진"…반도체 '불황 끝' 반등 알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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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정상 수준 회복" 삼성도 상반기 대비 절반 줄어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 전경 <사진 =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 전경 <사진 = SK하이닉스>

국내 반도체 업계 메모리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정상 단계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 분쟁과 같은 글로벌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재고 감소는 곧 수요 회복을 뜻해 반도체 시장이 저점을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올 4분기에도 메모리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내년에는 5세대(5G) 이동통신 수요 등에 힘입어 시황이 더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SK하이닉스는 24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D램 재고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D램 재고 수준은 2분기 말에 7주 정도였지만 3분기 말 기준 5주 정도로 내렸다”면서 “4분기 분위기도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 수준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재고는 통상 '주' 단위로 언급한다. 재고가 5주라는 의미는 생산해 놓은 D램으로 약 5주 동안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D램 수요가 초호황이던 지난해 재고 수준은 2주 안팎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시황이 악화되면서 재고가 급격히 불어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D램 출하량이 직전 분기보다 23%나 오르며 재고 소진이 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고객인 중국권 및 미주 데이터센터 고객사들과 중국권 모바일 제조사들이 D램 구매를 재개하며 재고를 소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도 재고 수준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상반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평가됐다. 재고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메모리 시황이 저점을 통과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제12회 반도체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은 최근 시황 및 메모리 가격 추이에 대해 “지켜봅시다”며 말을 아꼈다. 다음 주 실적 발표를 앞두고 구체적인 언급은 피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업계 실적을 압박하던 메모리 가격 하락세는 이미 제동이 걸렸다. D램 가격(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3개월째 추가 하락 없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고 낸드플래시 가격(128Gb MLC 고정거래가격)은 7월부터 반등세로 돌아섰다.

관심은 4분기와 내년 시장에 쏠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일단 4분기 재고 상황을 긍정적으로 봤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4분기에도 한 자릿수 수요 증가가 있을 전망이다”라면서 “내년 1분기는 계절성 요인으로 소폭의 변동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연말까지는 재고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낙관했다.

이 관계자는 “세계 5G 스마트폰 시장도 올해는 수천만대 수준이었지만 중국 정부의 보조금 확대, 5G 통합칩 출시 등으로 내년에는 2억대 이상으로 늘어나 5G폰 메모리 수요에 기여할 것”이라며 5G 스마트폰에 대한 기대감도 표시했다.

그러나 투자는 보수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는 가격이 안정세를 찾고 있고 수요가 살아나고 있지만 대외 불확실성을 더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내년 장비 투자 등 투자금액은 올해보다 상당 수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설비투자 계획과 관련해 “구체적 금액은 말하기 힘들지만 시황에 따라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반도체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반도체 코리아' 위상을 높이기 위한 협력을 다짐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가 경제를 이끌고 있는 우리 반도체 업계의 끊임없는 노력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급박한 대외환경 대응을 위해 민관의 유기적인 협력이 다시 한 번 중요한 때”라며 “우리의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고 강화할 수 있도록 소재·부품·장비 공급 안정화에 더욱 매진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팹리스 지원을 위한 전문 펀드 '시스템반도체 상생 펀드' 출자 협약식과 산업 유공자 포상도 진행됐다.

은탑산업훈장은 반도체 장비·부품 국산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하고 국내 협력사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에 기여한 서인학 램리서치코리아 대표가 수상했다. 동탑산업훈장은 5G 모뎀칩을 세계 최초 상용화하는 데 기여한 김민구 삼성전자 전무가 수상했다.

이밖에 산업포장, 대통령표창, 국무총리표창, 장관표창 등 47명이 정부 포상을 받았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