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놓고 달리는 버스…'시민의 발' 성큼

자율협력주행 버스가 신호를 받아 운전자 조작 없이 주행하는 모습. 사진=국토교통부
자율협력주행 버스가 신호를 받아 운전자 조작 없이 주행하는 모습. 사진=국토교통부

'스마트폰 앱으로 버스를 호출하면 자율주행 버스가 달려온다.'

세종시에서 15인승 자율주행 시험버스가 시험 운행을 시작했다. 센서로 주변 상황을 인식해 주행하는 레벨3 자율주행 기능에 주변 교통 인프라와 통신하는 자율협력주행버스다. 탑승자 예약 호출에 따라 노선을 달리하는 수요응답형 버스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일반 대중교통으로 자율차를 활용하는 첫 시도다. 판교에서도 자율주행 셔틀이 운행됐지만 시속 25㎞로 제한적으로 운행되며 일반차와 섞여 대중교통 역할을 하는 차량은 아니다.

국내 첫 자율협력주행 대중교통 시연. 사진=국토교통부
국내 첫 자율협력주행 대중교통 시연. 사진=국토교통부

지난 29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는 스마트폰 앱으로 승차를 예약한 시민들이 곳곳에서 자율주행 버스를 탑승하고 9.8㎞ 구간을 달려 안전하게 도착하는 시연이 이뤄졌다.

시민을 태우고 컨벤션센터를 출발한 자율주행 버스는 빨간 신호등 앞에서 멈춰 섰다. 차량이 신호등 신호를 인식함과 동시에 신호등으로부터 통신 신호를 받기도 했다. 파란불로 바뀌자 깜빡이를 넣고 우회전을 해 다시 주행을 시작했다. 빨간 점멸등을 지나 대로를 달릴 때에도 시내 제한속도 50㎞/h는 지켰다. 점멸등도 꼬박꼬박 지키다보니 답답한 뒷 차량이 추월해 가기도 했지만 신호와 규정 속도를 지켰다.

소방서 앞 임시 생성된 정류장에 또 다른 시민이 스마트폰 앱으로 호출을 하니 버스가 스스로 정밀 정차해 승객을 태웠다. 회전교차로 구간과 사고가 많은 구간에서는 운전자가 수동모드로 전환해 운전했다. 안전을 위한 조치로 대중교통으로 편입돼 운행될 때에도 사고 위험이 많은 지역에서는 수동모드로 전환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 시험은 '자율주행기반 대중교통시스템 실증 연구'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날 시연을 시작으로 올해는 중소형 버스 두 대가 주 2~3회 실증운행을 시작한다. 내년에는 BRT 노선에 대형버스를 투입해 자율협력주행 버스를 운행하고, 2021년에는 일반인도 탑승하는 시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강경표 한국교통연구원 연구단장은 “중소형 버스로 시연을 시작한 것은 실제 향후 수요응답형 마을버스(지선버스)를 운행하는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BRT 버스 등 대중교통 모델에 따라 다양한 버스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연은 대중교통에 자율협력주행 버스가 활용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사업은 2018년 4월부터 추진해온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연구사업 일환으로 국내 최초 대중교통분야 자율주행관련 핵심 국가연구개발 사업이다. 연구단은 우선 중소형버스 두 대로 시험운행을 시작했으며, 2021년 중소형 셔틀 5대, 대형 간선버스 3대 등 8대 이상 친환경 자율주행 버스를 투입한다. 세종시 대중교통시스템과도 연계해 자율협력주행의 모델을 만든다. 2021년에는 35.6㎞ 구간에서 레벨4 수준 차량 8대를 주 20회 빈도로 운행할 계획이다.

이창기 국토교통부 첨단자동차기술과장은 “자동차 기술 개발을 위해 다양한 업체가 임시운행 허가를 발급받아 자율차 시험운행을 하고 있지만 대중교통에 접목하기 위해 운행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버스 탑승을 위해 시민이 앱에서 예약하는 모습. 사진=국토교통부
자율주행버스 탑승을 위해 시민이 앱에서 예약하는 모습. 사진=국토교통부

세종=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