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벤처 투자^M&A 족쇄 풀린다...일반지주회사에도 CVC 설립 허용

정부, 공정거래법 개정에 반영 지주계열사 자금으로 펀드 결성

일반지주회사도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CVC가 지주사 자금으로 만든 펀드로 스타트업에 소액 투자가 가능해진다. 계열사 편입, 최소 지분 보유 요건 등 그동안 대기업의 인수합병(M&A)을 가로막던 문제가 해소되는 것이다. CVC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된 금산분리 원칙을 지키면서도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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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CVC 도입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대기업의 스타트업 M&A 활성화를 위해 벤처지주회사 자산총액 요건을 50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크게 낮추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계열 편입에 따른 규제 부담 등으로 대기업의 시장 참여가 활발하지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에서는 이미 CVC 도입을 위한 요건을 대략 정해 뒀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이보다 앞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일반 지주회사가 100% 출자한 완전 자회사인 경우 △중소·벤처기업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전업 창투사인 경우 △모회사 등 자기자본 출자로만 결성한 펀드로 제한된 CVC 설립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아 가고 있다”며 세 가지 원칙을 밝히기도 했다.

중기부 등 관련 부처는 이 같은 원칙 아래 벤처지주회사 도입을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 과정에 CVC 도입 관련 요건을 확정, 반영할 계획이다.

이보다 앞서 도입키로 한 벤처지주회사 제도 개선안으로는 대기업의 스타트업 M&A 시장 참여를 가로막는 문제점이 완전히 해소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먼저 중기부는 지주사가 100% 출자한 벤처지주사에는 전업 창투사 자격을 주기로 했다. 또 이 창투사가 모회사 등 지주계열사 자금만으로 펀드를 결성하는 등 조건을 충족시키는 경우에 한해 일반지주사의 벤처캐피털(VC) 소유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지주회사에 적용되는 최소 지분 보유 문제와 계열사 편입 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고, 금산분리의 예외로서 일반지주사의 CVC 소유가 가능해진다.

중기부 관계자는 “지주회사나 계열사 자본만으로 스타트업이나 벤처에 투자하는 것은 금융행위로 보기보다는 신산업육성 차원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한 만큼 금산분리 원칙에 저해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면서 “계열사 편입 문제 등으로 그동안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대기업의 벤처 투자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동안 일반지주회사는 정부의 강력한 금산분리 원칙으로 인해 VC 등 투자법인을 별도로 소유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실제 롯데그룹은 지주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금산분리 규정에 따라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매각한 데 이어 CVC인 롯데액셀러레이터의 지분도 호텔롯데로 넘겨야만 했다.

또 지주사 차원의 전략 투자도 일정 지분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전략적 소액 투자 등이 어려웠다.

이 같은 CVC 도입 방안이 확정될 경우 롯데뿐만 아니라 SK 등 일반지주회사 체제의 대기업들도 지주회사 내에 자체 CVC를 설립, 미래 먹거리를 위한 전략 M&A에 적극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벤처투자업계에서도 정부의 제도 개선 방침을 반기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계열 VC 관계자는 “벤처지주회사의 자본금 요건이 크고 자기자본만으로 펀드를 결성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펀드 결성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었다는 측면만으로도 의미가 충분하다”면서 “그동안 각종 규제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한 대기업의 M&A를 비롯한 각종 투자가 활발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