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4차 산업혁명, AI 그리고 시스템 반도체의 만남

[기고]4차 산업혁명, AI 그리고 시스템 반도체의 만남

대한민국은 가히 인공지능(AI) 광풍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 같다.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이 AI를 전 국민의 관심사로 만들었다고 본다. 사실 AI는 새로운 분야가 아니다. AI 역사를 보면 1940년대 후반과 1950년대 초반에 이미 수학, 철학, 공학, 경제 등 다양한 영역의 학자들이 인공 두뇌의 가능성을 논의했다.

1956년에 이르러 AI는 학문 분야로 들어섰다. 연구가들은 개인 의견 또는 출판물을 통해 낙관론을 펼쳤고, 완전한 지능을 갖춘 기계가 20년 안에 탄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시에 각국 정부는 이 새로운 분야에 엄청난 연구비를 쏟아 부었다. 그 이후 AI는 눈에 띄는 성과 없이 황금기와 암흑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고, 25년 이상의 오랜 정체기를 거쳤다. AI가 4차 산업혁명을 만나면서 2018년 이후 시작된 오늘날의 황금기를 다시 맞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에 작성한 'AI 연구개발(R&D)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AI는 인지·학습 등 인간 지능의 일부 또는 전체를 컴퓨터를 이용해 구현하는 지능을 의미하며, 단순 신기술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을 촉발하는 핵심 동력일 뿐만 아니라 파괴적인 기술 혁신을 통해 산업구조 변화를 야기하고 사회제도 변화까지 유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한다. 또 AI 기술혁신 특징으로 학습이 가능한 양질의 데이터와 고성능 컴퓨팅, 차별화된 알고리즘 확보 등 AI서비스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에 과감한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거의 대부분의 정부 프로젝트에 AI라는 키워드가 붙고 있다. 그런데 내용과 무관하게 AI라는 말이 붙지 않은 프로젝트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탈락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어떤 핵심 요소를 개발해야 대한민국이 AI 분야에서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지 분석하는 일에는 소홀히 하면서 AI를 표방만 하면 만사형통인 것 같다. 또 언론 기사들을 보면 해외에 잘 갖춰진 AI 플랫폼을 이용해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 산업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AI는 소재·부품 산업, 즉 대한민국의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와 상당한 관련이 있다. 실제로 AI와 반도체가 연결되면서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나라의 메모리 매출 규모가 크게 성장했다. 최근 AI 알고리즘이 더욱 복잡해지고 많은 계산 처리를 요구하게 되면서 메모리뿐만 아니라 AI를 위한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이러한 AI를 위한 시스템 반도체의 핵심은 반도체 공정뿐만 아니라 양질의 데이터를 획득하기 위한 고도화된 다양한 센서, 이렇게 획득된 데이터를 처리·학습하고 판단하는 알고리즘, 이를 구현하기 위한 고속 디지털 및 고정밀 아날로그 회로다. 그동안 정부 R&D 투자에 다소 소외돼 온 시스템 반도체 분야가 AI와 만나면서 새로운 도약 기회를 갖게 됐다. 기업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정부는 지능형반도체 R&D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통과시킨 것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매우 잘한 일이다.

AI를 위한 시스템반도체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하는 관련 분야 교수로서 대한민국에서 4차 산업혁명, AI, 시스템반도체가 본격 만나는 내년이 기대되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지는 이유다.

김수환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suhwa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