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공지능 정부, 구호에 그치지 않기를

김시소 기자
김시소 기자

“학교에서 봤을 때는 우리나라와 선도 국가 간 인공지능(AI) 개발 경쟁력 차이가 3~4년 나는 것 같은데 회사에 들어오니 1~2년 정도 나는 것 같네요.”

최근 만난 네이버 개발자의 말이다. 박사 과정을 마치고 회사에 입사해 보니 밖에서 보는 것보다 빠르게 AI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내 기업 가운데 일부는 종종 글로벌 기업을 뛰어넘는 AI 기술을 선보이거나 새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주 네이버 개발자콘퍼런스 데뷰를 찾아 AI 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올해 안에 AI 국가 전략을 발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 시간 가까이 행사장에 머물며 AI 서비스와 기술 결과물을 직접 시연해 보고 설명을 들었다. 네이버는 물론 AI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긍정적인 기운을 받을 만한 장면이었다.

정부의 관심이 구호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 망 이용 대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뉴스서비스 댓글 등에서 부가통신사업자를 향한 규제가 도사리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AI가 적극 활용돼야 할 모빌리티 분야는 기존 택시면허를 대형 사업자들이 흡수하는 것 외에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AI를 키우는 것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다. 개발자는 사람들의 활동을 데이터로 바꿔 AI가 학습할 수 있게 한다. 이른바 기계학습이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의 활동이 위축되면 이런 토대는 덩달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 AI 경쟁력 강화는 네이버, 카카오는 물론 군소 스타트업이 자유롭게 활동해야 가능하다.

국가 전략은 이름에 걸맞은 방향성과 내용을 갖춰야 한다. 일자리 몇 개, 수출액 몇 백억달러 같은 피상적 목표는 굳이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 관련 제도를 어떻게 정비할 것이며, 특히 인력을 어떻게 기를 것인지가 핵심이어야 한다. 그리고 국가 결정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 AI는 새 시대의 '석유'다. 초고속 인터넷 등장 이후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