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블록체인 기반 증권결제 개념검증(PoC) 착수..."사전검증 결과 유의미"

한국은행이 마침내 블록체인을 활용한 증권결제 개념검증(PoC)에 착수한다. 최근 스위스 중앙은행도 디지털 증권 플랫폼 계획을 발표한 상황인 만큼 한국은행의 실험에도 주목이 쏠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조만간 증권결제 블록체인 모의테스트 사업자 선정작업에 들어간다. 이번 모의테스트는 대금결제가 이뤄지는 한은 금융망을 대상으로 한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증권대금동시결제(DvP)를 구현하는 게 이번 테스트의 목표다. DvP는 중앙 예탁기관 증권결제 시스템을 대금 결제 은행 자금결제시스템과 연계, 증권 거래 시 증권 실물과 대금을 동시 결제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요 증권거래에 대해 한국은행 금융망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결제시스템을 연계하고 있다.

단, 이번 사업은 예탁결제원과는 무관하게 한은 단독으로 진행한다.

앞서 지난 7월 한은 금융결제국과 전산정보국에서 각각 1명, 교수 2명까지 총 4명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사전검증을 진행했다. 9월까지 설계 스킴(Scheme)을 짜고 지난달 말 실제 테스트 여부를 판단했다.

이달 중 사업자 선정 후 약 6개월간의 테스트 기간을 거칠 예정이다. 유의미한 결과가 있을 경우 지급결제보고서나 기타 자료를 통해 내용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테스트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면 다른 기관을 거치지 않고 스마트 콘트랙트 기반으로 증권이 결제되는 시스템 구현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금융 분야는 신기술을 바로 적용하기에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도입까지는 그 시일이 상당히 걸릴 듯하다”고 내다봤다.

이번 테스트는 거액결제, 소액결제에 이어 한국은행의 세 번째 블록체인 관련 테스트다. 한은은 지난해 금융기관 간 자금이체와 개인 간 자금이체 모의테스트를 한 차례씩 실시했다. 아직까지 CBDC 발행은 시기상조이지만 예습은 필요하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최근 세계에서 디지털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은의 테스트도 주요 참고 사례가 될 전망이다. 지난달 스위스 중앙은행은 스위스 최대 증권거래소와 디지털 증권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산하에 디지털화폐 연구소를 두고 CBDC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독일 정부도 새 블록체인 국가전략 백서를 통해 독일연방은행의 CBDC 개발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