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팽배 '중고차 시장' 대기업에 길 열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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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불신이 높은 중고차 시장에 국내 완성차 업체를 포함한 대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오는 6일 발표될 동반성장위원회의 생계형적합업종 추천 여부에 대기업의 시장 진출 운명이 결정될 예정이다.

서울 한 중고차 매매단지에 주차된 차량. (전자신문 DB)
<서울 한 중고차 매매단지에 주차된 차량. (전자신문 DB)>

4일 중고차 업계에 따르면 중고차 매매업은 지난 2월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기한이 만료됐다. 과거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으로 대기업 시장 확장이나 신규 진입이 제한돼 국내 대기업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현재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 중견급 이상 기업은 아우디와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BMW, 포르쉐 등 외국계 수입차 브랜드 21곳과 AJ셀카, K Car, SK엔카 등 국내 기업 3~4곳에 불과하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오는 6일 중고차 매매업에 대한 생계형적합업종 추천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동반위가 생계형적합업종 추천을 결정하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앞으로 6개월 이내 생계형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최종 확정하게 된다. 중기부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 매 5년 심의 후 재연장된다. 일각에서는 중고차 시장 진출을 가로막는 규정이 대기업에 대한 역차별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수입차 회사가 운영 중인 인증 중고차 전시장 모습.
<한 수입차 회사가 운영 중인 인증 중고차 전시장 모습.>

이와 관련해 한국경제연구원은 “생계형적합업종 지정 시 국내 완성차 업계를 비롯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또 막히게 된다”면서 “이미 외국계 수입차 브랜드가 중고차 사업을 진행 중인 만큼 국내 대기업에 대해서도 진입장벽을 철폐해 소비자들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경연이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조사한 결과 소비자 절반 이상이 국내 중고차 시장을 신뢰하지 않고 있으며, 대기업 시장 참여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차 거래량은 연간 207만대로 신차보다 약 1.2배 큰 시장이지만, 매매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가 자주 발생해 신뢰도가 매우 낮은 편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 76.4%는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혼탁·낙후됐다'고 봤다. 부정적 인식의 주요 원인은 △차량 상태 불신(49.4%) △허위·미끼 매물 다수(25.3%) △낮은 가격 대비 성능(11.1%) △판매자 불신(7.2%) 순이었다.

현재 중고차 매매업은 등록제로 운영돼 등록 기준만 갖추면 누구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만 진입을 막고 있다. 중고차 매매업이 2013년부터 6년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됐고, 현재는 기한 만료로 생계형적합업종으로 지정 여부가 논의 중이기 때문이다.

규제 대상인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에 대해 소비자 절반이 넘는 51.6%는 '긍정적'이라고 답해 '부정적'이라는 답변(23.1%)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중고차 시장 신뢰도 향상과 투명화 방안으로는 '불량 판매에 대한 제재 강화(32.8%)'가 가장 많이 제시됐다. 이어 △차량 이력 관리 신뢰성 강화(31.8%) △신뢰성 있는 기업의 시장진입 확대(19.9%) △중고차 A/S 강화 (15.5%) 등이 꼽혔다.

한경연 관계자는 “현재 중고차 품질과 판매자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낮은 상태”라면서 “대기업이 진입한다면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품질관리와 사후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