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도체 바닥론' 설득력 있다

[사설]'반도체 바닥론' 설득력 있다

반도체가 살아나고 있다. 4일 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1~25일 반도체 수출 물량이 2557.2톤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6.0%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반도체 수출은 7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 갔다. 올해 들어서도 1월, 2월, 6월만 지난해 같은 달 대비 감소했을 뿐 계속 늘어났다. 수출 물량이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생산도 상승세를 유지했다. 통계청 산업생산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반도체 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나 늘었다. 1분기 7.9%와 2분기 7.3% 늘어난 데 이어 증가폭이 더 확대됐다. 생산과 수출 물량이 역대 최대 호황을 누린 지난해보다 더 증가한 것이다.

물론 수출액 기준으로 보면 아직 한겨울이다.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달까지 반도체 수출액은 789억6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3%나 줄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력 제품인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생산량과 수출 물량이 늘었다는 소식은 반갑다. 반등 분위기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도 언급됐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D램 재고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밝혔다. 재고 감소는 곧 수요 회복을 뜻한다. 늦어도 올 1분기를 기점으로 서서히 살아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전망도 나쁘지 않다. 내년 5세대(5G) 이동통신 도입과 고급 사양의 PC 수요 증가 등으로 메모리 가격이 예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시장조사기관은 예측했다. 물론 아직 완전히 한숨을 돌리기는 이르다. 그래도 대외 여건으로 볼 때 반도체 반등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반도체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정책 수립할 때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핵심 변수다. 이제는 '반도체 바닥론'을 전제로 경제 정책을 준비해야 할 때다. 불황과 조정, 호황기마다 정책이 다르다는 게 상식이다. 물론 지나친 비관론도 문제지만 과도한 낙관론도 경계해야 한다. 더 중요한 점은 실기를 놓쳐 정책이 무용지물로 전락하는 경우다. 지금처럼 변동이 심할 때는 정확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