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카뱅으로 아이폰 사는 세대, 그리고 5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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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통신방송부 기자
<박정은 통신방송부 기자>

“아이폰11 프로 구매를 위해 카카오뱅크 적금으로 용돈을 조금씩 모았어요. 친구가 PC방 갈 때도 참고 아껴서 모은 제 돈인데, '등골브레이커'라는 비난은 사양합니다.”

애플 아이폰11 시리즈가 국내 공식 출시되는 날 가로수길 애플스토어에 늘어선 대기줄 가장 앞에 서 있던 앳된 고등학생의 말이다. 친한 형동생 사이라는 두 학생은 아이폰11을 가장 먼저 사기 위해 '가족여행'과 '현장체험학습'으로 학교를 쉬고 전날 저녁 애플스토어를 찾았다.

밤샘 기다림에 피곤할 법도 했지만 눈에는 생기가 넘쳤다. 스스로 힘으로 좋아하는 것을 산다는 흥분과 열정이 가득했다. 누군가 편견처럼, 단지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싶어서 부모님을 졸라 카드를 받아왔다면 나오기 어려웠을 표정이었다.

각각 17살, 16살이라는 두 학생은 요즘 가장 주목 받는 소비 주체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의 가장 초입에 위치했다.

아직은 미성년자로 경제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자주적 소비 활동을 위해 카카오뱅크라는 모바일 금융 플랫폼을 활용했다. 삶의 가치나 기준에 대한 결정권을 남이 아닌 스스로 가질 권리를 추구한다는 세대적 특징이 엿보인다.

그런 이들이 아이폰11의 5세대(5G) 이동통신 미지원에 대해 내놓은 의견은 상식적이면서도 사뭇 인상적이다.

“제가 사는 지역에서는 5G가 터지지도 않는데 요금은 비싸기만 합니다. 최신 폰에 보조금을 아무리 많이 주더라도 불합리하다고 느껴졌어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이통 3사는 올해 5G 상용화 이후 가입자 확보를 위해 과열 경쟁을 펼쳤다. 막대한 자금이 불·편법 단말기 보조금으로 투입됐다.

'공짜폰' 수준 보조금에 의한 시장 성장은 한계가 명확하다.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은 고교생도 안다.

비싼 5G 요금제를 감수할 만한 차별화된 서비스와 콘텐츠는 기본이다. 나아가 밀레니얼 세대와 미래 소비 세대에게 어떤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