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비자 보호 외면하는 보험사

[기자수첩]소비자 보호 외면하는 보험사

보험사의 불완전 판매는 금융 당국의 골칫거리다. 매년 빠지지 않는 국정감사 단골손님이다. 불완전 판매는 끊임없는 소비자 민원을 발생시킨다. 금융감독원 앞에서는 매일 보험 관련 피해 민원인의 항의가 이어진다. 불완전 판매 문제는 보험사가 초래했다. 서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과도한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법인보험대리점(GA)에 공격적인 수수료 경쟁을 촉발했으며, 최근에는 보험 설계사에 보험사의 과도한 스카우트 행태가 문제로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불완전 판매나 고아 계약이 발생했고, 자연스럽게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다.

전체 금융 민원에서 보험 관련 민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올해 상반기에 발생한 금융 민원 3만9924건 가운데 61.9%인 2만4760건이 보험 민원이다. 전체 금융 민원 10개 가운데 6개 이상이 보험에서 발생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험업권이 요구하는 목소리에 금융 당국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손해보험업권은 과도한 손해율에 따른 자동차보험료 인상, 자동차보험진료비 체계 논의, 인슈어테크를 위한 규제 완화는 물론 헬스케어 지원 등을 요구했다. 물론 금융 당국 입장도 긍정적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업권이 나서 소비자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금융당국에다 요구를 전달하기에 앞서 소비자 보호 등에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것이 보험회사가 해야 할 역할이기도 했다.

최근 보험업권이 소비자 민원 해결에 나선다는 기분 좋은 뉴스가 전해졌다. 6일 국내 손해보험사 사장단이 모여 손해보험업권 소비자 보호 자정 작용을 위한 결의대회를 연다. 각 손해보험사 사장단 목소리에도 이목이 쏠린다. 손보사 사장단은 제 살 깎기식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과도한 영업 경쟁이 곧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소비자가 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미래에 닥칠 불확실한 피해로 인한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폭넓은 보장으로 사회 안전망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 자리가 단순히 보여 주기식 퍼포먼스가 아닌 보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시작점이 되길 기대한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