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했다가 유연했다가…KAIST, 상황따라 변하는 전자기기 개발

전자기기를 이용자 사용 목적에 따라 딱딱하거나 부드럽게 변화시킬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기기 휴대성과 편의성, 생체적합성 모두 극대화할 수 있어 다양한 전자제품 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신성철)은 정재웅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변상혁 연구원, 심주용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사 등이 팀을 이뤄 전자기기 모양과 유연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KAIST가 상황에 따라 강성을 조절, 들고 다니거나 몸에 부착할 수 있도록 개발한 전자기기 기술.
KAIST가 상황에 따라 강성을 조절, 들고 다니거나 몸에 부착할 수 있도록 개발한 전자기기 기술.

연구팀은 갈륨과 중합체를 이용한 합성물질을 제작, 온도에 따라 강성률 변화가 가능한 전자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를 유연한 신축성 전자회로와 결합시켜 강성률이 변화하도록 했다.

갈륨은 금속이지만 생체 온도 29.8℃에 녹아내리는 특성을 가진다. 신체에 닿는 것만으로 고체에서 액체로 바뀌게 된다. 연구팀은 갈륨을 중합체에 내장, 신체 탈부착 여부에 따른 강성률이 변하는 전자 플랫폼을 만들었다.

또 별도 제작한 압력 센서를 더해 이런 변화를 제어할 수 있게 했다. 플랫폼 민감도와 압력 감지 범위를 조절, 원하는 상황에서 강성률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이 결과로 평상시에는 딱딱한 형태를 유지해 손에 쥘 수 있지만, 몸에 부착하면 부드러운 웨어러블 기기로 변형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기술 개발 연구진. 사진 왼쪽부터 정재웅 교수, 변상혁 박사과정, 이주현 석사과정.
기술 개발 연구진. 사진 왼쪽부터 정재웅 교수, 변상혁 박사과정, 이주현 석사과정.

연구팀은 이 기술을 웨어러블이나 몸에 심을 수 있는 '임플랜터블' 기기, 다양한 센서·로봇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플랜터블 기기로는 뇌 조직에 닿았을 때 부드럽게 변화하는 탐침으로도 쓸 수 있다. 기존 딱딱한 탐침과 달리 뇌 손상과 염증 반응을 극히 줄일 수 있다.

정재웅 교수는 “일반 전자기기와 유연 기기가 갖는 단점은 없애면서 사용 목적에 따라 각각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자기기를 개발했다”며 “이 기술을 이용하면 전자기기 활용 폭을 크게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