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지식재산 거버넌스 고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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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단상]지식재산 거버넌스 고민할 때

올해 유럽특허청(EPO)과 유럽지식재산청(EUIPO)이 공동 발표한 '지식재산 집약산업과 유럽 경제' 보고서는 국가 경제와 지식재산의 상관 관계를 잘 보여 준다. 2014~2016년에 지식재산 집약 산업에서 창출된 부가 가치가 연평균 약 6조6000억유로(약 8600조원)로 유럽연합(EU) 국내총생산(GDP)의 44.8%에 이르고 있으며, 8390만개 일자리가 지식재산 집약 산업에서 창출됐다. 이는 유럽 전체 일자리의 38.9%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지식재산 집약 산업도 GDP(2015년 기준)의 43.1%, 일자리의 29.1%를 차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지식재산이 혁신 기술·아이디어를 확산시키고 산업 경쟁 우위를 강화함으로써 지속된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 기반이 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러다 보니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은 산업경쟁력과 경제성장 기반이 되는 지식재산 선점을 위해 범국가 차원의 역량을 집중시키고, 최고통치권자 직속 지식재산 정책 추진 체계를 구축·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2008년부터 대통령 직속 지식재산집행조정관을 두고 지식재산 집행 정책을 총괄하고, 일본은 2003년부터 총리를 본부장으로 한 지식재산전략본부가 지식재산 정책을 총괄한다. 중국도 2008년부터 국무원 직속 국가지식재산관리국(CNIPA)이 대내외 지식재산 정책을 총괄한다.

우리나라도 2011년 지식재산기본법을 제정·시행하면서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던 지식재산 정책 기능의 총괄 조정을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설치하고 5년마다 '국가지식재산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지식재산위 출범 당시부터 우려한 총괄·조정 실질 기능이 작동할 수 없는 문제가 노출됐다. 산업재산권, 저작권, 신지식재산권 등 다양한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에 분산된 지식재산 관련 기능 조정을 위한 실질 권한 부재가 지재위 역할의 한계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세계 1위에 힘입어 특허출원 세계 4위라는 외형 성과를 달성했다. 그러나 우수 특허 부족으로 경제 수익 창출이 미흡하다는 지적은 10년 전부터 지속 지적돼 왔고, 이는 곧 특허 무역수지의 만성 적자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미국과 중국의 지재권을 둘러싼 무역전쟁,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예상되는 지재권 공세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과 산업의 선점 필요성이 점증하는 등 지식재산 관련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대통령 집무실에서 200만호 특허증 및 100만호 디자인등록증 수여식이 열렸다. 그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특허권의 중요성과 구체화한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은 지식재산의 국정 어젠다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뜻 깊은 일이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지식재산 정책 방향을 그토록 상세하게 언급한 것은 건국 이래 처음이 아닌가 싶다.

이를 계기로 이제는 우리나라 지식재산 정책 체제를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식재산 환경을 어떻게 바꾸고, 그것을 위한 정책을 누가 진두지휘하고 누가 추진할 것인지를 서둘러 논의해야 한다. 정부 역량이 총집결돼 지식재산 분야에 산적한 문제점이 해결되는 지식재산 거버넌스가 구축되기를 기대해 본다.

권택민 한국지식재산연구원장 tmkwon@kii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