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일 국면전환, 지금이 적기

[사설]한일 국면전환, 지금이 적기

문재인 대통령이 아세안+3, 동아시아 정상회의 등 태국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정상회의 일정도 중요했지만 역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난 일이 돋보였다. 태국을 나란히 방문한 두 정상은 따로 시간을 내고 11분 동안 환담했다. 13개월 만의 만남이었다. 큰 성과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소식통에 따르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만 교환했을 뿐 반도체소재 수출 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그래도 두 정상이 만났다는 사실은 예사롭지 않다. 한·일 경제 갈등이 불거진 이후 소원해진 양국 정상끼리의 소통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문 대통령이 먼저 아베 총리에게 대화를 제안한 점도 주목해 봐야 한다. 핵심 주제는 전혀 테이블에 오르지 않은 '약식 회담'이었지만 두 정상의 만남은 당사자는 물론 국제사회에 주는 메시지가 크다. 국민 감정까지 개입해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국면 전환을 위한 기회가 마련됐다.

두 정상 만남을 계기로 전환점을 찾아야 한다. 대화 물꼬를 텄으니 후속 모임이 이어져야 한다. 외교 라인을 총 가동해 적절한 절충안을 고민할 때다.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미국의 관심은 높아졌다. 이달 말 부산에서 한·아세안 정상회담도 앞둬 명분은 충분하다. 따져 보면 일본의 대 한국 수출 제재도 경제보다는 정치 문제에서 출발했다. 국경을 맞댄 두 나라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경제전쟁을 벌여 봐야 주변 국가만 이득을 볼 뿐이다. 외교는 어차피 실리다. 정답은 없지만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면 옳은 방향이다. 일본과의 불투명한 관계에 따른 악영향은 경제는 물론 사회·정치·문화 분야에까지 퍼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반전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