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 제정의 신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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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산업 발전과 육성을 목적으로 한 '전기산업발전기본법'이 논란이다. 일부 조항이 다른 산업의 영역을 침범할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전기공사협회와 논의해서 만든 법이지만 다른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 전기산업발전기본법은 기존에 제정된 산업 관련 법률과 유사하거나 중복된 내용이 있어 기본법으로 제정해야 하는지 논란도 있다.

전기산업발전기본법 일부 조항은 기술 발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면도 있다. 법안 제2조 1항 전기사업 정의에 '지능형전력망 사업'이 포함됐다. 지능형전력망은 전력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이 동시에 적용된다. 전기공사업과 정보통신사업이 구분돼 발주가 수행된다. 전기공사업기본법에도 이를 명확히(지능형전력망 가운데 전기 설비) 하고 있다. 이미 각 분야 전문가들이 사업을 수행하는 구조다. 전기 사업 정의에 지능형전력망을 포함시키면 산업 간 충돌이 불가피하다.

전기산업발전기본법을 두고 전기업계와 정보통신업계 간 갈등도 깊어진다. 전기와 정보통신 산업계가 함께 성장하도록 법이 가져올 영향을 면밀히 조사한 후 추진해도 늦지 않다. 한쪽 의견만 듣지 말고 함께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다.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번 법이 제정되면 부작용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 우리는 무조건 법적 근거를 만들어 관련 산업을 진흥하거나 규제하려는 습성이 있다. 법 만능주의다. 특정 집단이 이익을 위해 국회의원을 움직이는 사례도 많다.

법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 않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법이 셀 수없이 많다. 법 때문에 혁신 사업을 하려는 곳은 발목이 잡히고, 정부는 또다시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어 숨통을 틔운다. 법률은 기술과 산업 발전을 따라가기 어렵다. 관련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을 면밀히 검토하고 차근차근 법을 제정해도 늦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