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유니클로 실적 2년 만에 비공개 전환…불매운동 의식

유니클로
유니클로

롯데쇼핑이 7일 발표한 올해 3분기 IR자료에서 지분 합작사인 에프알엘코리아 실적을 비공개 처리했다. 일본 불매운동 확산으로 유니클로 한국법인의 매출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롯데와 연관성을 되도록 피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롯데소핑은 지난해부터 분기별 IR 자료를 통해 관계사인 에프알엘코리아의 영업실적을 공개해왔다. 주요 법인 지분법 평가손익을 통해 2015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에프알엘코리아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을 공개했지만,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올해 3분기부터 개별 관계사 실적은 비공개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에프알엘코리아 지분 49%를 보유한 만큼, 지분법손익에는 실적을 포함시켰지만, 이번 분기부터 따로 분리해서 공개하지는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에프알엘코리아의 올해 3분기 매출이 최대 50% 하락한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4.9%, 4.0%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유니클로 모회사 패스트리테일링은 실적 결산에서 구체적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불매운동 여파로 하반기 한국사업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에프알엘코리아와 지분 구조가 얽힌 롯데쇼핑의 3분기 지분법손익이 급감하며 한국 유니클로의 실적 부진을 가늠케 했다. 올해 3분기 롯데쇼핑은 무려 210억원의 지분법손실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 지분법이익이 1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손실폭이 커졌다.

올해(1~3분기) 누적 지분법이익도 80억원으로 작년 동기(340억원) 대비 77.3%나 급감했다. 작년 한 해 지분법이익이 921억원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뼈아픈 결과다.

여기에 중국 할인점 매각에 따른 역기저 효과로 인해 중단사업손익도 93.0% 줄어들면서 전체 영업외손익이 크게 감소했다. 이로 인해 롯데쇼핑은 3분기 당기순손실 23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배당금 수익이 감소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 중간·기말 두 차례에 걸쳐 1110억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무려 61.3%에 달한다. 고배당 정책에 힘입어 롯데쇼핑은 작년 한 해 동안 유니클로부터 544억원에 배당금을 수령했다.

그러나 올해는 실적이 크게 악화된 데다 '국부 유출' 논란까지 불거져 배당금 학대 부담이 만만치 않다. 실제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해 한국 유니클로 지분 51%를 통해 배당금 566억원을 챙겼다. 로열티까지 합하면 1000억원에 육박한다.

에프알엘코리아 2019년 회계연도 배당금은 이사회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이사회에는 배우진·와카바야시 타카히로 공동대표는 물론, 야나이 타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포진해 있다. 황각규 롯데 부회장과 불매운동을 촉발한 오카자키 타케시 CFO도 이사회 멤버다.

앞서 유니클로 모회사인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은 주당 배당금을 작년대비 9.0% 늘린 480엔으로 확정했다. 본사의 배당금 상향 기조가 한국 유니클로에 영향을 미칠지가 남은 관심사다.

한편, 유니클로는 한국 부진을 뒤로 하고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들어 덴마크 코펜하겐(4월)과 이탈리아 밀라노(9월), 인도 델리(10월)에 첫 매장을 오픈하며 사업 영토를 넓혔다. 다음 달 베트남 호치민에도 1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