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불법 도박, 학교까지 침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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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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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e스포츠 도박이 학교와 학원에서 성행하고 있다. 교육현장에서 이른바 베팅 머니 입출금까지 이뤄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리그 오브 레전드'를 비롯한 e스포츠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모 고등학교 학생이 e스포츠 도박에 빠져 경찰 조사를 받았다. 교정에서 배당금에 대한 환전까지 이뤄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서울시 동대문구 소재 고등학교 재학생은 “친구가 하길래 시작했다가 돈도 잃고 경찰 조사도 받았다”며 “배당금 출금까지 해주는 선배가 있어 별다른 경각심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학생은 “학원에서 만난 친구한테 다른 학교에서 e스포츠 베팅을 하면 딴 돈을 받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대포통장은 전혀 몰랐고 중계 보면서 베팅한 용을 먹거나, 포블(첫 포탑 파괴)이 뜨면 짜릿해서 하게됐다”고 설명했다.

e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계좌번호, 휴대폰만 있으면 별다른 성인인증 절차 없이 손쉽게 가입할 수 있다. 승패를 비롯해 게임 내용에 따라 다양한 베팅항목이 존재한다. 스마트폰으로 언제든지 돈을 걸 수 있다.

학교와 학원에서 정보가 공유된다. 익숙한 게임이고 아는 사람이 참여하기 때문에 불법행위라고 인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대포폰을 이용한 입·출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범죄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청소년 e스포츠 도박은 크게 두 가지다. 서버를 해외에 둔 국내 조직이 운영하는 도박 중개사이트를 이용하거나, 해외 베팅사이트를 직접 이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해외 사이트는 정식 베팅업체다. 비자, 마스터 카드 등 국내 카드사에서 사행성 도박 입금을 막아놨지만 청소년이어서 관련이 없다. 본인 명의 신용카드 발급이 안 되기 때문이다. 해외 사이트 입출금은 넷텔러, 스크릴 등 가상지갑이 활용된다. 암호화폐를 이용한 베팅이 진행되기도 한다.

배당금을 현금으로 바꿔야 해서 미성년자들은 대리중개인에게 수수료를 주고 현금을 받는다. 도박 요건에 해당하는 환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입금 계좌 추적을 해야 하는데 입금 계좌가 수시로 변경될 경우 확인이 어렵다.

도박 중개 사이트는 한 사이트에 여러 베팅 사이트를 모아놓고 게임을 한다. 대포통장으로 입금하면 손쉽게 다양한 사이트에 베팅할 수 있다. 중개 사이트에서 입·출금을 해결해준다.

경찰이 지속 도박조직을 검거하고 있지만 워낙 다양하고 대포통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탄생한다.

청소년 e스포츠 도박은 단순 도박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문제도 야기한다. 고리 단기대출과 학교폭력으로 이어진다. 소위 '맞대기'로 불린다. 사설경마에서 유례한 은어다. 학교에서 머니방, 환전상 같은 역할을 한다. 100만원 이하 소액이 주류를 이룬다. 법정 제한이자인 24%를 뛰어넘는다. 자금은 보통 졸업한 선배와 연결된 학생이 직접 중개하고 운반한다. 수금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폭행을 행사하기도 한다.

대리입금도 유행한다. '댈입'으로 부른다. 조직이 아닌 일반인에게 돈을 수혈받는 행위다. SNS와 지인을 통해 매칭된다. 급전이 필요한 이들이 댈입을 신청하면 요청한 계좌로 돈을 입금한다. 일정기간 내 원금에 수고비를 더 해 갚아야한다. 10만원을 빌리는 경우 3만원 수준 수고비를 제하고 입금한다. 10만원이 넘는 금액은 40% 정도로 고액 수고비가 들어간다.

성동구 학원에서 만난 학생은 “수고비가 부담되기는 하지만 급전이 필요할 때 빌리기 좋다”며 “약속한 날 갚지 못하면 '지각비'가 붙는데 사람에 따라 다르다. 내 주위에는 10만원 빌리고 20만원 가까이 갚은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도 발생한다. 댈입은 주민등록증이 없어 학생증으로 인증을 한다. 학교폭력을 통해 뺏은 전화기와 학생증을 이용하기도 한다. 채무자가 얼굴을 전송하고 부모, 학교 연락처까지 넘긴다. 급전이 필요한 이유와 돈을 갚을 수 있는 근거를 적는다. 채권자가 채무자 개인정보를 범죄에 악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아직 e스포츠 도박만을 집계한 통계는 없다. e스포츠가 복표 범위에 들지 않아 불법스포츠 도박으로 일괄적으로 취합된다. 한국e스포츠협회도 '클린e스포츠 사업'을 통해 불법 e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신고하고 있으나 워낙 개수가 많고 해외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가 많아 근절이 어렵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추정한 국내 불법도박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약 83조원이다. 2011년에는 75조원 규모였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