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공정위 '통큰 결단'···유료방송 구조개편 큰산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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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공정위 '통큰 결단'···유료방송 구조개편 큰산 넘었다

국내 유료방송 역사상 최대이자 국내 최초 이종산업 간 기업결합으로 관심을 집중시킨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 LG유플러스-CJ헬로 인수를 위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가 일단락됐다.

케이블TV 방송구역별로 요금인상 제한 등 시정조치만 부과했을 뿐 알뜰폰 등 통신부문에는 아무런 조건도 부과하지 않았다. 3년 전 기업결합 불허로 지체됐던 유료방송 구조개편이 공정위 판단을 계기로 강한 추진력을 얻을 전망이다.

◇공정위의 '통큰 결단'…유료방송 기업결합 조건부 허가

공정위 시정조치는 결국 시장지배력이 크게 높아지는 케이블TV 방송구역에서 불공정행위를 하지 말라는 의미로 요약된다. 예상외의 조건이라 공정위가 '통큰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다.

케이블TV 시장을 8VSB와 디지털 두 개로 획정한 공정위는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17개 방송구역 디지털 유료방송시장과 23개 방송구역 8VSB 유료방송시장, LG유플러스-CJ헬로 23개 방송구역 8VSB 유료방송시장에 2022년 말까지 가격인상 제한 등 시정조치를 한시 부과했다.

우선 물가상승률을 초과하는 케이블TV 수신료 인상을 금지했다.

8VSB와 디지털 케이블TV 간 채널격차를 완화하고 8VSB를 포함하는 결합상품을 출시하도록했다. 8VSB 차별하거나 소외시키지 말라는 의미다.

8VSB는 아날로그 요금으로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는 기술로 유료방송사업자 입장에서는 되도록 요금이 비싼 디지털 케이블TV 가입자를 늘릴 유인이 있다.

공정위는 또 케이블TV 전체 채널 수나 소비자선호채널을 임의로 감축하지 못하도록 했다.

아울러 저가형 상품으로 바꾸려는 가입자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했고 고가형 방송 강요도 금지했다.

마지막으로 모든 방송상품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고 디지털 전환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같은 공정위 시정조치는 예상보다 강도가 크게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시장지배력 전이 차단과 CJ헬로 알뜰폰 매각 등이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정위 판단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교차판매금지나 결합판매금지 조항이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이용자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결국 제외됐다.

더군다나 공정위가 부과한 시정조치는 기업결합 후 1년 경과 시점에 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통신 전문가는 “이번에는 공정위가 순수하게 '경쟁제한성'만을 따져 기업결합을 심사했다”면서 “홈쇼핑 송출수수료, PP 사용료 등은 기업결합 인허가와 분리해 별도로 살펴보겠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해석했다.

◇시정조치 다른 이유는

공정위가 유료방송에 집중적인 시정조치를 부과한 건 기업결합으로 실질적인 경쟁제한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두 기업결합에 대한 시정조치 적용 대상 시장에는 차이가 있다.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는 8VSB 및 디지털 유료방송시장에 모두, LG유플러스-CJ헬로는 8VSB 시장에만 시정조치를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LG유플러스-CJ헬로 기업결합도 디지털 유료방송시장 수평결합에서 경쟁제한성이 추정되지만, 지속적인 시장집중도 감소와 상품 간 대체가능성 등을 고려해 '실질적'으로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최종 결론지었다.

LG유플러스-CJ헬로 기업결합은 허핀달-허쉬만 지수(HHI) 분석 시 11개 방송구역 디지털 유료방송 수평결합에서 경쟁제한성이 추정됐고, 나머지 12개 방송구역도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기업결합으로 LG유플러스가 13개 방송구역에서 점유율 1위로 올라선다.

하지만 공정위는 2015년 이후 23개 방송구역 중 21개 방송구역에서 시장집중도가 감소하고 있고, CJ헬로 디지털 케이블TV 가격 인상 시 LG유플러스 IPTV로 구매전환율이 경쟁사업자보다 낮다는 점 등을 고려해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결정적으로 공정위 단기 및 중장기 가격인상압력(UPP) 분석에서 두 기업결합은 다른 결과가 나왔다. UPP 값이 양수이면 가격인상 가능성이 있고, 음수이면 가격인상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다.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는 단기 UPP 분석값이 3.31~3.96%로 양수, 중장기 UPP 분석값은 음수(-1.83~-0.32%)다. 반면에 LG유플러스-CJ헬로는 단기 UPP 및 중장기 UPP 분석값이 모두 음수(-1.14~-0.86%, -4.84~-3.86%)다.

이는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기업결합 시 단기적으로 디지털 케이블TV 가격을 인상할 유인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위는 이를 근거로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와 결합 시 점유율 1위가 되는 17개 방송구역 디지털 유료방송 시장에서 디지털 케이블TV 상품 가격인상 등을 제한했다.

◇통신 부문, 경쟁제한성 없어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LG유플러스-CJ헬로 기업결합을 심사한 공정위는 두 건 모두 통신 부문에는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우선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의 경우 티브로드 알뜰폰 사업부문이 기업결합에서 제외됐다는 점에서 경쟁제한성 판단과 무관했다. 유선전화와 초고속인터넷 부문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관심을 모았던 알뜰폰에 대해서는 LG유플러스와 CJ헬로 알뜰폰을 합치더라도 이동통신 시장점유율 21.9%로 3위 사업자에 불과해 경쟁제한성이 추정되지 않는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알뜰폰 시장 내에서도 두 회사 알뜰폰 사업을 합치더라도 경쟁제한성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봤다.

특히 CJ헬로 알뜰폰 가입자수와 점유율이 계속 줄고 있고 알뜰폰 자체 경쟁력이 줄고 있어 CJ헬로가 이동통신 시장에서 독행기업 지위를 잃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