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용어 표준 사업 속도, 병원 CIO “중장기 전략 수립 병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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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료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한 시스템·용어 표준화 사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중장기 운영·관리 전략과 인센티브 방안 등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주도 사업이 자칫 의료 현장 목소리를 외면하거나 동기부여가 떨어지는 등 부작용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8일 대구 경북대학교 글로벌 프라자에서 열린 의료정보리더스포럼 세미나에서 박현애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맨 오른쪽)가 의료정보 표준화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8일 대구 경북대학교 글로벌 프라자에서 열린 의료정보리더스포럼 세미나에서 박현애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맨 오른쪽)가 의료정보 표준화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의료정보리더스포럼은 대구 경북대학교 글로벌 프라자에서 정부 전자의무기록(EMR) 인증제, 진료정보교류 사업, 의료용어 표준화 사업 등 현황을 공유하고, 발전방안을 모색했다.

우리나라 의료 정보화의 가장 큰 문제는 시스템·용어 '비표준화'가 꼽힌다. 서로 다른 시스템과 용어를 사용하다보니 여러 기관 데이터를 활용하는 빅데이터 기반조차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의료 용어 표준 개발과 데이터 상호운용성, 보안성을 바탕에 둔 EMR 인증제를 시범 운영 중이다.

김강수 비트컴퓨터 부장은 “의료기관이 표준화되지 않은 용어로 EMR를 사용하다보니 데이터를 교류했을 때 의미 해석 오류가 발생해 결국 진료정보 교류까지 막고 있다”면서 “표준용어와 서식, 전송 규약을 사용해야 하지만 기술 장벽도 높고 투자나 개발은 전무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특히 의료정보 사각지대로 꼽히는 1차 의료기관 상태는 심각하다.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이 사용 중인 EMR만 9만1000개가 넘는다. 기능 검증은 물론 시스템 호환 등은 파악조차 어렵다. 이에 따라 정부는 EMR 현황 조사와 방향성을 수립한 뒤 표준 코드, 서식, CDA 탬플릿 등을 개발 중이다.

시스템 표준과 함께 용어 표준도 병행한다. 데이터 표준화 시작이 용어 표준인 만큼 의원급 의료기관이 주로 사용하는 용어를 분석한 뒤 국제 표준을 기반으로 통일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박현애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는 “국내외 표준코드와 표준용어 활용 현황을 분석해 국내 의원급 EMR 시스템 인증기준과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용어세트를 개발 중”이라면서 “진단, 의약품, 처치 및 시술, 검사 등 표준화가 필요한 커드를 정의해 국제 표준인 스노메디 CT와 매핑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CIO들은 정부 시스템 고도화와 용어 표준 사업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장기 비전을 갖고 운영·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 주도 사업인 상황에서 의료 현장 목소리 반영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경환 서울대병원 정보화실장은 “미국 등 의료정보화 선진국은 EMR 인증 기준을 정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유지·관리하기 위한 버전 업데이트를 꾸준히 한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도 EMR 인증제 인증과 개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있어 테스트 시나리오를 임상 의사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하며 버전 관리 체계를 만들어야 문제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혁재 의료정보리더스포럼의장(연세의료원 의료정보실장)은 “EMR 인증 관련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은 진료정보 교류를 앞당기고 사회적 비용도 절감하지만, 이를 개발하고 적용해야 할 주체는 의료기관”이라면서 “인증 필요성이 있지만 (비용 등 문제로)대안이 명확하게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주도로 빠르게 추진되는 것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