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전략 대개편…2021년부터 상·하반기 신모델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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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아이폰 사업에 대변화를 추진한다. 매년 가을 신형 아이폰을 공개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2021년부터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체된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 산업을 지속 성장시키고 5세대(G) 이동통신 시대에도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는 애플의 사업 방향 변화에 따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9월 행사에서 팀 쿡 애플 CEO가 아이폰11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자료: 애플)
<9월 행사에서 팀 쿡 애플 CEO가 아이폰11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자료: 애플)>

11일 시장조사업체 스톤파트너스와 부품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2021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아이폰 신모델 2종을 각각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2021년 상반기 모델에는 5.4인치와 6.1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하반기 모델에는 6.1인치와 6.7인치 OLED가 각각 탑재될 예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애플이 차기 아이폰에 들어갈 OLED 개발을 관련 업체들과 논의하면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아이폰 신모델과 관련해 “2021년 상반기 2개 모델과 하반기 2개 모델 개발이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스톤파트너스는 상반기에 나올 아이폰이 보급형 형태를 띠고, 하반기 모델이 최신 기술이 집약된 플래그십 제품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스톤파트너스 관계자는 “2021년 하반기 플래그십 제품에는 저온다결정옥사이드(LTPO) 기술을 적용할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LTPO는 모바일 기기 전력 소모를 크게 줄일 것으로 주목 받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애플, 아이폰 전략 대개편…2021년부터 상·하반기 신모델 출시

애플이 1년에 두 차례 신형 아이폰을 출시하는 건 극히 이례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최초 공개한 후 매년 한 차례 신모델을 공개하는 전략을 고수해 왔다.

애플이 1년에 두 번 아이폰을 내놓은 건 보급형 모델 '아이폰SE'가 나온 2016년 3월이 처음이자 그동안 유일했다. 애플은 매년 가을 신형 아이폰을 발표하고 이듬해 가을까지 1년 스마트폰 사업을 이끄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아이폰6와 6플러스, 아이폰XR·XS·XS맥스와 같이 아이폰은 해를 거듭할수록 복수 모델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애플이 2021년부터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아이폰을 준비하는 이유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애플은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결합한 혁신 기술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등장한 지 10년이 지나면서 시장 환경이 달라졌다. 보급 확대에 따라 세계 시장은 점점 포화되고 동시에 경쟁은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경쟁사들은 1년에 몇 차례씩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삼성전자만 해도 상반기에는 '갤럭시S' 시리즈, 하반기에는 '노트' 시리즈로 전략 제품을 나눠 출시하고 있다. 또 화웨이, 오포·비보 등 중국 업체들은 추격자를 넘어 애플이나 삼성이 하지 않는 신기술을 과감히 도입하며 혁신 이미지를 쌓아 가고 있다. 1년에 한 번 신형 아이폰을 내놓아 한 해 농사를 지어 온 애플이 경쟁사를 견제하는 한편 아이폰 판매 증가를 도모하기 위해 상·하반기로 신제품 출시를 나누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5G 통신도 애플 전략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애플은 퀄컴과 특허 소송, 인텔 5G 모뎀 사업 철수 등 영향으로 경쟁사보다 5G 스마트폰 대응이 늦었다. 5G 아이폰은 올 하반기에 처음 출시될 예정인 가운데 경쟁사보다 1년 정도 늦은 만큼 애플은 전보다 단기간에 여러 모델을 출시할 필요성이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은 올해 퀄컴과의 특허 소송을 마무리하고 인텔 5G 모뎀 사업부도 인수했다.

아이폰 판매량 추이(단위: 백만대, 출처: Statista)
<아이폰 판매량 추이(단위: 백만대, 출처: Statista)>

이 같은 전략 변화가 삼성전자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삼성은 2011년 10월 갤럭시노트를 처음 출시하며 매년 상반기에 갤럭시S, 하반기에 노트를 각각 공개했다. 삼성은 두 제품을 대표 스마트폰으로 내세우며 입지를 강화해 왔지만 이번에 애플과의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OLED·5G와 관련된 부품업계에 미칠 파장도 관심이다.

애플의 전략 변화는 내년부터 일부 엿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은 내년 상반기에 일명 '아이폰SE2'로 불리는 보급형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아이폰SE2는 4.7인치 크기의 액정표시장치(LCD)를 장착해 아이폰8과 유사한 외형에다 일부 부품이 업그레이드된 형태가 예상된다. 그러나 아이폰SE는 정식 라인업이 아닌 한정 판매되는 제품인 만큼 애플의 라인업 및 출시 전략 변화는 2021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