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왜곡된 패널에 검증기구도 없는 시청점유율 조사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남태영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PP협의회 회장
<남태영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PP협의회 회장>

매일 쏟아지는 정보 홍수 속에서 진실에 좀 더 가까운 데이터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큰 흐름을 좌우하는 결정타로 작용할 때가 많다.

연일 논란이 되는 정치권 여론조사, 사건·사고 때마다 불거지는 가짜뉴스 등은 모두 이 같은 세태를 반영하는 갈등 현상이다. 이른바 빅데이터 시대에 데이터 관리 기술은 하루가 멀다 하고 변하고, 기준을 정하는 논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방송계의 뜨거운 논쟁 가운데 하나는 시청점유율 조사다. 지상파 방송 시절 단위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 선호도 위주 조사는 다채널인 케이블TV 등장으로 말미암아 채널 단위 시청점유율 개념이 훨씬 중요한 산업지표로 등장했다. 이후 뉴스 영향력이 큰 종합편성채널 등장은 시청점유율에다 매체 영향력을 더해 다양성이 훼손되지 않는 조사 개념까지 나오기도 했다.

정치에서 여론조사가 중요한 것처럼 방송계 역시 유일한 채널 성적표이자 시청자 의견과도 같은 시청점유율 조사의 중요성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시청점유율은 TV 시청 환경을 파악하기 위한 기초 조사를 바탕으로 지역·성·연령·플랫폼별 가입 유무 등을 고려해 선정한 패널 시청 기록을 토대로 집계된다. 이에 따라 여론조사와 같이 시청점유율 역시 패널이 왜곡되거나 편향되지 않아야 모집단을 대표할 수 있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문제점 가운데 IPTV 가구는 모집단 대비 패널 구성비가 높은 데 비해 케이블TV 가구는 모집단 대비 패널 구성비가 현저히 낮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청점유율 조사를 위해 분류한 모집단을 보면 케이블TV 49.3%, IPTV 47.7%로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정작 조사에 참여하는 패널 구성비는 IPTV 가구 62.7%, 케이블TV 가구 33.5%로 격차가 크다. 이같이 모집단 비율에 비해 패널 비율이 불합리하게 구성되자 조사 기관은 임의로 가중치가 적용된 불안정한 데이터를 발표하고 있다.

전국 사업자가 아닌 케이블TV 가입자는 잦은 이사 등으로 인해 패널 유지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이 같은 패널 구성을 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가중치 적용이라는 건 데이터를 심하게 불안정하게 할 수밖에 없고, 이는 우리나라 유료방송 산업의 후진성을 단편으로 보여 주는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패널 구성 때문에 패널 수가 적은 케이블TV 가구는 패널당 대표성이 IPTV 가구에 비해 현저히 높다. 패널 한 명이 TV를 시청하지 않으면 시청점유율 등락 폭이 IPTV에 비해 높게 나오는 현상이 발생한다. 극단으로는 특정 지역 케이블TV 패널이 특정 채널을 보지 않으면 전국 시청점유율이 제로가 나오는 심한 왜곡 현상이 수차례 발견됐지만 시정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시청점유율 데이터 자체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청점유율은 채널에 대한 시청자 지지율과 같다. 잘못된 여론조사가 전혀 다른 결과를 내보이듯 잘못된 시청점유율 역시 유료방송 산업의 핵심 연결 고리인 광고 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불안정한 조사 방식으로 케이블TV 사업자는 제대로 된 사업 운영 결과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몇 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어느 시점부터인지 예산 부족 문제로 정부가 운영해 온 시청점유율 검증 기구는 사라졌다. 모두가 시청점유율의 중요성을 알고 있음에도 시청점유율을 검증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없어진 셈이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시장 논리에 맡기지 말고 개선을 위한 제도 보완책 마련에 힘써 주길 바란다. 광고 시장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양질의 콘텐츠 제작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케이블TV 사업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남태영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PP협의회장 nandi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