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과기정통부에 유료방송 기업결합 '협의의견서' 발송···형식에 그친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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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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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SK브로드밴드(SK텔레콤)의 티브로드 합병 관련 의견서를 전달했다.

방송통신 기업결합과 관련한 법률상 부처 간 협의 절차이지만, 형식에 그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정위가 '기업결합 사건 협의 의견 요청에 대한 회신(협의 의견서)' 문서를 과기정통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가 사실상 완결됐다는 의미다. 의견서 전달은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결 이후 과기정통부의 신속한 심의가 가능하도록 의견을 전달, 협의로 간주하도록 하는 절차다.

전기통신사업법에 의거해 과기정통부 장관이 기간통신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 양수를 인가할 때 공정위와 협의해야 하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양사 기업결합을 △디지털유료방송시장 △8VSB 시장 △이동통신 도·소매시장(LG유플러스만 해당) △초고속인터넷 시장으로 획정, 각각 심사결과를 간단히 명시했다. LG유플러스·CJ헬로 결합의 경우 8VSB 시장에서 일부 경쟁제한이 발생하고,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의 경우 디지털방송시장, 8VSB 시장 일부에서 경쟁제한이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시정조치로 △물가상승률을 초과한 케이블TV 수신료 인상 금지 △이용자 보호방안 수립 △채널 임의감축 금지 △저가상품 전환 거절 및 고가상품으로 전환강요 금지 △디지털방송전환 강요금지(LG유플러스는 8VSB시장만 해당) 등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견서 전달로 공정위와 과기정통부간 법률상 형식적 협의 효력이 발생했을 뿐, 실질적 협의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양 부처는 일부 실무 차원에서 교류했지만, 개별 심사를 진행한 이후에 의견서 전달을 협의로 간주했다. 공정위 사무처와 과기정통부는 심사 과정에서 심사보고서를 작성한 이후 세부 내용에 대한 공유가 부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 기관 소통이 부족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과기정통부와 공정위 간에 중복 심사가 불가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정위 핵심 심사 기준은 경쟁 제한성, 과기정통부 심사 기준은 기간통신사업 경쟁에 미치는 영향이다.

현재 형식적 협의체계는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는 동시에 기업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문가는 과기정통부가 특별법 우선 원칙에 따라 방송통신기업 인수합병 인가권을 지닌 만큼, 공정위와 실질적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인가권을 지닌 다른 중앙행정기관 장이 법률 규정에 의해 기업결합에 관해 공정위와 사전 협의한 경우, 기업은 (공정위에 대한) 신고의무가 면제된다. 이 같은 조항을 구체화하고 실질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법률에 근거해 미디어산업에 대한 기업결합은 과기정통부로 창구를 일원화하는 방향으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미디어산업에서 기업결합 심사는 과기정통부가 전담하되 경쟁제한성 여부에 대해서만 공정위의 의견을 청취하는 방식으로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