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서리꾼 잡는 유전자분석 기술

#지난해 8월 경북의 한 고추밭에서 약 300㎏(500근) 고추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 국립종자원은 관할 경찰서의 의뢰를 받아 인근 피의자 3명의 집에서 보관 중이던 고추를 유전자 분석한 결과 피의자는 다른 품종을 재배했다고 부인했지만, 도난당한 품종과 동일한 것임을 확인했다. 경찰서는 피의자를 검찰에 송치했다.

#충북의 한 비닐하우스에서는 건고추 약 70㎏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관할 경찰서는 국립종자원 유전자분석 결과를 근거로 피의자가 혐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과학기술이 수사과정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 것이다.

고추.
고추.

국립종자원은 자체 개발한 첨단 유전자분석 기술을 활용해 지난해부터 10여건의 종자 관련 유전자분석 결과를 검찰·경찰 등에 제공하고 사건 해결을 지원했다고 13일 밝혔다.

국립종자원은 현재 벼, 고추 등 주요 31개 작물의 5300여 품종에 대한 분자표지 및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 개발된 분석법은 종자원 이외에 경찰청, 지자체 등 여러 관련기관에서 종자분쟁 해결 등에 활용되고 있다.

문화재 고증에도 유전자 분석이 활용됐다. 지난해 문화재 연구기관이 고려시대로 추정되는 고선박의 선체 내부에서 출토된 씨앗류 수종 및 품종 분석을 요청했다. 오랜 기간 노화돼 분석이 어려운 종자임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분석을 통해 감 종자임을 밝혀 고고학적 고증에 기여했다.

종자원에 따르면 종자분쟁, 침해 관련 검정건수는 2007년 1건에서 2015년 8건, 2016년 9건2017년 9건, 2018년 7건 등으로 늘었다. 유통종자 진위 검정건수도 2008년 36품종에서 2015년 630품종, 2016년 168품종, 2017년 329품종, 2018년 481품종으로 증가했다.

종자원은 유전자분석법을 품종보호, 정부 보증금 생산·공급, 종자분쟁, 종자유통 등에 활용하고 있다. 종자원은 건전한 종자유통 질서를 확립하고 신품종 육종가 권리보호를 위해 최신 유전자(DNA) 분석법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방침이다.

종자원 관계자는 “검·경찰 등 수사기관과 긴밀한 협업체계를 구축해 종자사건 해결의 효율성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