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새벽·주말배송' 규제에 가로막혀…온라인 사업확장 제동

홈플러스 원천점 내 풀필먼트센터에서 올라온 상품들이 배송을 위해 주차장 상차구역에 배열돼 있는 모습.
홈플러스 원천점 내 풀필먼트센터에서 올라온 상품들이 배송을 위해 주차장 상차구역에 배열돼 있는 모습.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거점 삼아 온라인 사업 확장을 꾀하는 대형마트 업계가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기존 자산을 활용해 비용을 효율화하고 배송 경쟁력도 강화한다는 복안이지만 영업 규제에 막혀 반쪽짜리 사업으로 전락한 형국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3사 모두 일부 점포를 물류 거점센터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홈플러스다. 홈플러스는 전국 140개 점포의 후방 적재공간을 활용해 온라인 물류 기능을 도입했다. 기존 자산을 활용해 과도한 출혈 없이 온라인 물류망을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이마트 역시 온라인전용 물류센터 외에 기존 점포를 적극 활용한다. 전국 100여개 이마트 점포 내 P.P(피킹&패킹)센터에서 하루 5만여건 온라인 주문을 담당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했다. 롯데마트도 내년 상반기 중계·광교점에 자동화 설비를 구축해 온라인 물류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이커머스 업체에 주도권을 내준 대형마트는 기존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자구책을 꾀하는 모습이지만 이마저도 영업 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로켓·샛별·심야배송 등 고객 소구점에 맞는 서비스를 자유롭게 내놓고 있는 이커머스와 달리 오프라인 점포를 거점으로 온라인 물류를 진행하는 대형마트 업체 경우 배송시간에 제한을 받는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대형마트 심야 영업시간 제한과 주말 의무휴업 규제가 온라인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점포가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에 배송도 영업시간 내에만 가능하다. 실제 홈플러스 풀필먼트센터에서 나가는 배송 차량의 마지막 시간대는 오후 4시 30분이다.

의무 휴업일이 끼어있는 일요일에 문 닫는 대형마트에선 주말 배송도 불가능하다. 이커머스 업체 위메프는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휴업일 빈틈을 겨냥해 주말 장보기 카테고리를 신설, 3분기 거래액이 24%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대형마트 업계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도 “온라인 사업이 점포기반 물류이기 때문에 정부 규제에 막혀 새벽배송 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업계 목소리를 반영한 법안도 발의됐다.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은 가능하도록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은 개정안 발의문에서 “최근 소비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넘어간 상황에서 의무휴업 규제를 받는 대형마트 온라인 영업까지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면서 “정작 소상공인이 아니라 이커머스 업체만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