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빨라지는 롯데 경영시계…인적쇄신 탄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오너 리스크를 벗은 롯데그룹은 연말 정기인사에서 고강도 인적쇄신을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빈 회장이 강조해온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고, 명확하고 도전적인 목표를 수립할 적임자를 전면 배치할 요량이다.

롯데는 내달 중순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사법 굴레에서 벗어난 신 회장의 색채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첫 번째 인사다. 지주사 체제 완성을 비롯해 산적한 그룹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 인적엔진을 새롭게 장착하고 속도를 올릴 것로 보인다.

핵심은 구체적인 비전을 그려낼 인재다. 신 회장은 올해 상반기 회의에서 '대상무형(大象無形)'을 언급하며 형태를 가늠하기 힘든 미래의 변화에 철저히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대내외 악재에 출렁이며 골든타임을 놓친 만큼, 치밀하게 미래 전략을 이끌어갈 수 있는 새로운 진용을 짜겠다는 속내다.

올해는 광폭의 물갈이 인사가 예고된다. 작년 인사에 부회장급인 사업부문(BU)장 네 명 가운데 식품BU장과 화학BU장을 교체했다. 유임된 나머지 BU장의 세대교체에 힘이 실린다. 그중 극심한 실적부진을 겪는 유통 사업부문이 관심사다.

유통BU장인 이원준 부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롯데쇼핑 3분기 영업이익이 반토막나고 온라인 사업도 기대보다 속도가 더뎌 어깨가 무겁다. 차기 후보군으로는 사장급인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와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가 하마평에 오른다.

유통사업 개선과 온라인 부문 성장을 동시에 일궈는 게 첫 번째 과제다. 그 방책으로 신 회장이 옴니채널 구축을 강조한 상황에서, 옴니스토어를 통해 가시적 성과를 거둔 이 대표가 조금 앞서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통BU장 변동 여부에 따라 계열사 사장단 연쇄 이동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본 꼬리표를 떼고 '뉴롯데' 막바지 작업에 방점을 찍을 호텔롯데 상장도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2015년부터 호텔롯데 상장을 주도해 온 송용덕 호텔서비스 BU장(부회장)이 세대교체 칼바람 속에 재신임 받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롯데지주 출범 과정에서 계열사 분할·합병, 상장 등 굵직한 사안을 진두지휘했던 이봉철 재무혁신실장이 김정환 호텔롯데 대표 자리를 대신해 상장 작업에 매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4년 넘게 롯데 발목을 잡아온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정상경영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면서 “경영시계가 빨라진 만큼 인사폭도 클 수 있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