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노조, 임금 18.5% 인상안 요구…시급 1만원 책정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

홈플러스 노동조합이 사측에 임금 18.5% 인상안을 제시했다. 최저시급을 1만원에 맞춰달라는 요구다. 최근 급격한 인건비 상승으로 실적 악화를 겪는 홈플러스의 고심도 깊어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노사는 지난달 29일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상견례를 갖고 오는 14일 1차 본 교섭에 돌입한다. 홈플러스 2개 노조 중 주식회사 소속 노조인 홈플러스지부는 주재현 위원장이 대표 교섭위원으로, 사측은 황정희 홈플러스 인사부문장이 참석한다.

이번 임단협은 정규직 전환 이후 첫 교섭으로 이목이 쏠린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 7월 1일부로 무기계약직 사원 1만428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대부분이 정규직으로 전환한 노조는 2020년 임단협 주요 요구안으로 임금 18.5% 인상과 상여금 확대, 호봉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임금의 경우 기존 선임 기본급 176만5000원에서 209만원으로 18.5% 인상해 달라는 요구다. 근로자 법정 월 근로시간인 209시간으로 계산해 시간당 1만원의 시급을 책정했다.

아직 본 교섭에 들어가기 전이지만 홈플러스 사측은 예상보다 강한 노조 요구안에 곤혹스러운 눈치다. 임일순 대표 부임 이후 최근 몇 년간 임금이 큰 폭으로 늘어난 데다 업황도 좋지 않아 노조의 요구안을 그대로 받아주기 힘든 상황이다.

올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들은 모두 '선임'으로 발령받아 기본급도 선임 초임에 해당하는 176만5000원으로 7.2% 인상됐다. 2018년 임단협에서도 임금을 최대 14.7%(사원 기준) 올리는 등 법정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인상한 바 있다.

최근 2년 새 20%를 훌쩍 뛰어넘는 임금 인상을 단행한 홈플러스는 18.5% 추가 인상에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상여금을 기존 200%에서 300%로 인상하고, 여름휴가비 신설 등의 조건도 포함됐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문제는 홈플러스의 반토막난 경영 실적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8년 회계연도(2018년 3월~2019년 2월)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091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57.6% 감소했다.

회사는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과 점포 임차료 상승, 매출 하락으로 인한 이익 감소를 주 원인으로 꼽았다. 임단협에 따른 임금 상승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임금이 추가 인상된 2019년 회계연도 실적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동종업계인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부진의 늪에 허덕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임일순 대표 취임 이후 정규직 전환 등 적극적 상생 행보를 보였지만 동시에 주변 시선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면서 “홈플러스 실적 자체가 악화일로인 만큼, 임단협 타결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