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없이 기존 설계사 플랫폼'에 갇혔다…해외와 다른 국내 인슈어테크

'혁신 없이 기존 설계사 플랫폼'에 갇혔다…해외와 다른 국내 인슈어테크

국내 인슈어테크 회사들의 혁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혁신 상품이나 서비스 출시보다 설계사 업무지원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업계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인슈어테크 회사들이 기존에 없던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보이고, 사람이 하던 업무를 자동화하는 등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국내 인슈어테크 회사들은 최근 설계사 업무지원을 위한 플랫폼을 만드는 등 설계가 위주의 기존 사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이 든 사과'에 비유하면서 “설계사에 의존하면 단기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혁신은 멀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인슈어테크 회사들이 보험산업을 혁신하고 있다.

미국 대표 보험 스타트업 레모네이드는 인공지능(AI) 챗봇을 통해 맞춤형 보험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AI 채팅 로봇 마야(Maya)와 짐(Jim)을 통해 보험 가입은 90초, 보험금지급은 3분 만에 처리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핑안보험과 만든 인터넷전문 보험사 중안보험은 반송률이나 GPS(위성항법장치) 데이터를 활용한 '반송보험' '교통체증보험'을 잇달아 선보인 바 있다.

국내 인슈어테크 업계는 올해 혁신 상품 및 서비스, 플랫폼 고도화가 더디다. 대폭 플랫폼 고도화를 추진한 인슈어테크 업체는 올해 초 보맵과 마이리얼플랜이 유일하다.

반면에 설계사 업무지원 플랫폼은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디레몬은 올해 8월 보험회사를 대상으로 한 내장형(embedded) 보험플랫폼 '레몬커넥트'를 개발했다. 위플랫은 설계사 업무지원을 위한 앱 '위플랫 파트너스'를, 해빗팩토리와 뉴본홀딩스도 '시그널 플래너' '마이언'을 각각 선보였다. 이외에도 보맵, 굿리치 등 인슈어테크 회사들도 이전부터 서비스하던 관련 앱을 확대 중이다.

인슈어테크 업계는 국내 보험산업 사정상 설계사 업무지원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이다. 최근 비대면 거래로 일부 상품이 구조를 단순화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구조가 복잡해 설계사 개입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규제로 데이터 활용도 제한적이라 운신의 폭도 넓지 않다는 것이다.

인슈어테크 관계자는 “국내 보험상품 대부분이 구조가 복잡해 계약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설계사 개입이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면서 “게다가 비대면 영업 확대로 이 부분에 대한 설계사 역량을 지원할 필요가 있어 업체들이 설계사 관련 앱을 선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